감꽃 추억
전쟁이 있던 그해
강북바람에 따발총 소린
자꾸 남으로 밀려 오는데
나는 어린 나이
소풍온 기분으로 즐거웠던
피난길
상주 남정리 마을.
청솔가지 푸르게 퍼진 솔밭곁에
잠시 머물렀던 미군부대
카키색 천막 쳐놓고
하얀 이빨 흑인 병사
철망 너머 두꺼비 같던 검은 손 들어
냅다 던져주던
색색의 무지개빛 드롭프스
몇몇 아이들 틈에 하나 얻어들고
차마 입에 넣지 못한
달콤한 꿈.
노란 감꽃 흐드러지게 떨어져 내린
나무 그늘에서
감꽃 사이사이
고운색 섞어끼운 목걸이.
목에 걸고
팔찌해 끼고
날을듯 하늘은 푸른데
B29 사라진 저쪽 하늘가
하얗게 선 긋고 달아난 비행기 소리가
전쟁에서 돌아오는 소리
사람이 죽어간 소리인줄
어린 나는 몰랐네.
줄줄이 실에 꿰던 감꽃
잎 푸르던 초여름에 바람 냄새가
戰場에서 흘린
어린 병사의 피냄새인줄
정말 몰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