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버 지
눈이 퍼붓고 있습니다
미처 달아나지 못한 나무들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앉아 있습니다
공연히 귀 기울이면
우루루 몰려 다니는 바람,
그 외로움이 멈칫 돌아 봅니다
모든 것이 해체되며
그 땅의 아버지 들이 돌아 누울때
한숨으로,
못 다 흘린 눈물 말리우며
당신은 가셨습니다
가위 눌리듯,
사는 일은 아직도
찬란한 그리움 입니다
잊을 만큼
허공에 손을 저어도 봤지만
아니라고 위안도 해 봤지만
세월에 이리 저리 불려 다니는
내 아픔을 치유하며 손내미는
당신,
그 위대한 인내,
온 몸에 문신 처럼 휘감깁니다
눈이 나립니다
아버지,
누우신 그곳에
벌써 삼년 째 저는 없습니다.
이 눈물 마르면
그땐,
이 눈발도 그치겠지요.
그렇겠지요...
나는 나쁜 아들 입니다.
그렇습니다. (2003.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