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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감상] 천년의 시간 / 향일화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414 작성일 2005-05-30 13:44 조회수 1480

천년의 시간 / 향일화

- 섬 1 -

그대 사랑은
무성한 말보다
가슴 더 저리게 하는
짠 맛의 눈물로 항상 넘어왔다
억 만 년의 세월 동안
그대의 푸른 눈물 안에 가둬놓고
날 쓰다듬어 주던 시간으로
다 써버렸던
그대 손길이 좋아서
영원히
그대 품에서 빠져 나갈 마음
내게도 없다

- 섬 2 _

신은
그대와 나의 은밀한 사랑을 챙겨 주었다
그대 버릴 수 없는 절망이
푸른 세포분열을 거듭하며
거친 슬픔으로 넘어올 때마다
깨끗한 사랑을 주기 위해
내 살빛 허물어지는 고통을 참아야 했다
긴 세월
찢어진 그대 품에서만
살아야 하는 안쓰러움을 알아
별빛의 시선 뛰어내리는 밤이 되면
그대 체온은
금이 간 내 가슴까지 넘어와
파르르 떨리는 아픔으로 자주 만져주었다
우리 사랑, 만약
천년 전으로 되돌린다 해도
내 마음 지금처럼
당신 속삭임 흘러드는 곳에
내 귀를 열어 놓는 섬일 것이다
오직, 그대 품에서만
죽을 수 있는 사랑일 것이다
 
 
 
 
 
 * 시인에게 있어 '시쓰기'란,
   아마도 '삶의 진정성'을 추구하는 작업일 것이다.
 
   그 진정성을 어떤 측면에서 모색하고 접근할 것인가는 시인
   각자의 시계詩界에 따라 다를 것이나,
   향일화님의 시편들에서는 이러한 탐색이 주로 '사랑' 이라는
   낯익은 주제의 영역 (하지만, 모든 새로운 인식들은 그러한
   낯익은 것들로 부터 끊임없이 비롯되고 있음을 상기해 보자)
   에서 이루어 짐을 살펴 볼 수 있다.
 
   시인이 추구하는 '사랑의 모습'은 여러 형태로 시詩의 동기
   動機가 되고 있으며,  그 착상着想의 중심은 언제나 영혼이
   지녀야 할 사랑의 궁극적 가치와 그것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시인의 지극한 소망에 근거한다.
 
   따라서 삶이 지향해야 할 최종의 인식을 발굴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사랑'이라는 이름을 빌어, 시의 중심축中心軸으로
   자리하고 있는 팽팽한 장력張力을 느낀다.
 
   시,'천년의 시간'은 외형상 묘사의 형식을 취했지만,
   내면의 인식으로 응집되어 가는 언어구사에 의한
   표상성表象性의 기법임을 알 수 있다.
 
   즉  화자話者 자신을 '섬'으로 비유하고 있고,
  '바다'로 상징되고 있는 사랑의 대상은 잔잔한 서술적 상념의
   흐름에 실려, 읽는 이에게 무리없이 전달되고 있다.
 
  '섬'과 '바다'가 지닌 그 숙명적인 결연성結緣性을 통해, 
  사랑이 지향指向하는 삶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다시 말해,
   그 둘은 대립의 관계가 아니라 공존의 관계인 것이다.
 
   때로는 바다에 격랑이 일어, 섬에게 거친 슬픔의 모습이
   되기도  하고  풍랑이 일어, 섬을 때리는 모진 아픔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그 안에는 '너'와 '나'의 모습이 아닌,
   하나 된 '우리'의 모습만이 궁극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은 천년 전으로 되돌린다 해도,
   천년 후가 될지라도 한결같은 사랑의 모습일 것이다.
 
   또한 이것은 꼭이 '에로스'로서의 사랑을 말 함도 아니라고
   여겨진다.
   일찌기, 만해萬海 한용운韓龍雲 시인은 말하길 '님'이란 
  (보고픈)'님'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깊이 아우르는 것은
   모두 '님'이라 했다.
   따라서 그 사랑은 화자話者 내면에 깃든 그 어떤 '절대적인
   존재(주님)'를 향한 신앙적 사랑일 수도 있다.
 
   즉 이 시는 그 사랑의 대상이 무엇이 되던 간에, 나만을 위한
  '영혼의 실조失調'가 주는 아픔이 팽배한 이 시대에 있어
   사랑을 상실하고 살아가는 수많은 메마른 영혼들에게
   시인이 건네주는 눈물어린 따뜻한 사랑의 메세지인 것이다.
 
   시에 있어 깊이있는 감동을 말하자면, 그것은 아마도
   내면으로 응축되는 상념의 힘과 외부의 영역으로 투사投射
   되는 상념의 힘이 만나는 순간에 있을 것이다
 
   그러한 시적 깊이는 결국,
   독자들에게 심도深度 있는 삶의 인식을
   제공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된다.
 
   부족한 소견과 안목으로,
   시인의 시에 누를 끼친 것은 아닌지 하는
   일말의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도, 시인의 시가 각박한 현실의 황량한 삶을 뛰어넘는
   따뜻한 사랑으로서 우리에게 소중한 희망처럼 제시될 것을
   바라며...
 
   향일화(向日花)님의 지속적인 건필을 기원해 본다.
 
 
 
 
 
 

                                                                   - 희선,
 
 
 
 
 
 
 
 
 
[사족]: 시인의 종교가 기독교이기에,
           그 사랑의 대상을 '주님'으로도 상정上程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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