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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감상] 빨간 색에 대한 기억 / 밀알 김구식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479 작성일 2005-06-05 02:39 조회수 1703
 
빨간 색에 대한 기억/ 밀알 김구식
 
 
 
좋게 생각해도
열혈 애국지사를 떠올려
거리감이 있는 그것은
섬뜩하게 흘러내리는 피이거나
때려 죽여야 할 원수이거나
근접해서는 아니될 금기이거나 했다
 
뜨거운 여름을 피워내는 장미
그녀의 사랑스런 입술이 그러했음에도
유월이면 꼭 북쪽을 그렇게 기억했고
털이 무시무시한 거미 다리 같은 적들은
꼭 푸른 남녘을 노리고 있어야 했다
우리는 드디어
그것에 대한 거부 반응이 자연스러워지고
모든 것을 이분법으로 구분할 줄 아는
대단한 안목을 지니게 되었다
 
축구 선수 유니폼에서
거국적인 악마들의 티셔츠가
새 물결을 이루어내기 전까지는
아무도 그 강렬함에
친근감을 가질 수 없었고
그것에 속하는 것을
치욕으로 생각했다
아무튼 간에 그것은
잘라내 버릴 수 없는
태극의 절반을 이루고 있다
 
 
 
 
 
 


* 해마다 6월이면, '보훈의 달'이라 하여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아픈 상처를 되새겨 보게 된다.
 
  현충일이 그렇고, 동족상잔의 6,25가 그렇다.
  결국은 지울 수 없는 민족의 아픔인 것이다.
 
  밀알 김구식 시인의 시를 대하니,
  새삼 인간 위에 군림한 '이념'이 저지른
  무모한 행위가 한 민족에게 얼마나 큰 상처로 남아
  오랜 세월을 흘러가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시에서, 시인은 '빨간 색'에 대한 기억을 말하고 있다.
 
  시인 스스로를 서민.대중의 입장에 전적으로 밀착시키고 있어,
  이른바 '현실'을 말하는 시들이 흔히 범하는, '지식에 의한
  어조語調의 불균형'을 해소시키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또한 진술 형식의 시형詩形이 택하는 외부지향과 함께,
  맞물리는 상대축으로써 내면지향의 목소리를 담고 있어
  인상적이다.
 
  이 시에서 '빨간 색'은 결국,
  분단된 민족의 비극과 아픔을 말한다.
  우리에게 있어 6,25 이후 그 '빨간 색'은 민족 분단의
  원흉임을  뜻했고, 북녘 노동당(공산당)의 색깔로서
 '총체적 악의 상징'이었기도 하다.
 
  또한, 그것은 우리 근대사의 공간에 있어서 민족보다 우선했던
 '이데올르기(Ideologie)'때문에 우리 민족이 흘려야 했던
  불행한 피의 색깔 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금기시 되었던 색...
 
  그러한 역사적 아픔에 대한 인식은 시인의 내부조망을 통하여,
  그 동안 남과 북에 의해 정권유지의 목적으로 악용되었던
 '이데올르기'에  길항拮抗하는 심리구조를 말하고, 
  그것은 결국 '월드컵'으로 시현示現된  '붉은 악마'의 신화를
  통해 새롭게 건설되는 삶의 긍정과 소망의 약속에 
  도달하여야 한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빨간 색'은 결국 우리가 회복하여야 할
  '민족의 뜨거운 정열'이자,
  하나된 태극(통일된 조국)을 이루는 부분으로써 새롭게
  인식되는 색깔인 것도...
 
 
  시는 결국 '현실의 삶'을 말하는 것이고,
  시인들은 그 앞에서 언제나 긴장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어쩌면, 감각과 지성이란 빈약한 무기로 공룡같은
  무지막지한 현실에 맞서 싸운다는 버거움이리라.
 
  아무리 그래도, 현실에 바탕을 둔 사회적 응전력應戰力은
  여전히 시가 담지해내야 할 중요한 몫 중의 하나로
  남는다고 여겨진다.
 
  아무쪼록, 삶에 대한 시인의 지속적인 주의환기가 우리에게
 '억압된 현실의 절망과 아픔'을 초월하는 '힘'이 되기를 바라며... 

  밀알 김구식님의 지속적인 건필을 기원해 본다. 
 
 
 
 
                                                                     -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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