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그치면
문득
너를 보았어
젊은날의 우리가
그래서
마구 눈물로 뛰어 다니던
기억 저만치에
어쩌자고 아직도
연필심 처럼 박혀 있는지
눈발 휘 날리는 꿈 속에서
너를 보았어
죽고만 싶어
몰래 몰래 깨어난 겨울 아침,
뒷짐 지고 버티고 선 눈의 무게에
문은 내내 열리지 않았어
눈이 그치면,
오랫동안 가두어둔
그리하여 짓 무른 영혼이
주섬 주섬 햇살 입고
일어 날수 있을까
그 날에 눈이 그치면,
널 두고 온 하늘 가득히
피 처럼 흥건한 노을
다시 퍼 담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