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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관한 雜想 하나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523 작성일 2005-06-23 16:09 조회수 1139

불완전한 시적詩的 장치에 관하여     - 관념성과 연관한,
 
 
 
 
엄밀하게 말하자면,
시에 있어 내적인 긴밀성은 반드시 사물의 구체적 반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은 오히려 시 자체의 법칙과
이성을 지닌 독자적인 정신의 세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역설적 명제命題를 상정上程하고 보면,
모든 시쓰기는 상황적 아이러니의 소산이요,
실존하는 현실세계에 대한 총체적 주의환기主意喚起입니다.
 
우리는 대체로 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편안한 인식을 가지려합니다.
즉, 시란 엄연히 현실세계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것은 시인 개인의
신념이나 사상 혹은 정서를 압축된 독백이라는 진술의 형태를 빌어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그 대의大意를 파악하려는 경향입니다.
 
이러한 견해는 짐짓 타당성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시와 외부세계의
관계를 좀더 밀도 있게 바라보면, 크나큰 허구의 함정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외부세계의 구체적 사물이라함은 결국 시적詩的 정서를 위한
자극일 뿐이어서 시인은 궁극적으로 그것으로부터
투사적 등가물等價物만을 시로서 취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말하면, 그러한 등가물을 통하여 시인은 내면의 정신세계를 구현하며, 시인 나름대로 조절된 상징과 이미지를 통해
시는 그 스스로의 모습을 만들어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그같은 의미에서 볼 때 시의 생성은 외부, 그 자체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이라 생각되어 집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이러한 과정에서 시는 필연적으로 시인이 지닌 관념이라는
사고영역思考領域을 지나게 되며 이는 피할 수 없는 시의 숙명적
유로流路이기도 합니다.
 
통시적通視的 관점에서 현대의 시를 살펴보면,
그것은 대체로 긴장의 구조,역설과 반어의 구조를 택하려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의 특수한 구조적 선택에 의해 시인은 일반적으로 두가지 유형의 제재題材를 취하게 되며, 그것은 흔히 사물과 관념이라는 형태소形態素로 등장한다고 여겨집니다.

이것들의 적절한 배합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시적詩的 장치(design)입니다.
좋은 시이던, 아니던 간에 시라는 하나의 조형체를 이루기 위해선 이러한 장치는 꼭 필요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것은 일종의 시적詩的 의미의 정보체계이며, 틀을 형성하는
율격이며, 이미지 전개를 위한 담화의 기법이겠죠.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리듬의 정형성과 비정형성, 언어의 정형성과 비정형성(直語와 反語), 구체성과 추상성, 관념과 사물,  단순은유와 복잡은유사이에  개재介在되어 있는 긴장을 유지시키는 구조일 것입니다.
 
이런한 구조에 결함이 있을 때,
시는 시로서의 생명을 잃고 체계적인 추상 내지 단순한 서술의 '알레고리'에 빠지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최악의 경우,  시는 글자 그대로 '관념시'로 추락하게 되며
그렇게 되면 사물의 진실된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한 채,
단순한 개인의 주변잡기周邊雜記 같은 넋두리가 되어버린다고
생각됩니다.
 
이러한 관념의 함정을 알면서도,
그것에 천착하여 관념성의 편향으로 치닫는 시적詩的 의도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절대관념의 진리를 노정露呈하는데
그 취의趣意가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순수관념의 소환召喚은 굴곡된 관념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명백한 수단이라는 시적詩的 신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시인이 이러한 의도를 갖고 있다면 일차적으로
관념과 추상의 외연外延은 피할 길이 없을 것입니다.
그같은 외연은 시인의 정서적 확신과 충돌하는 모든
반대개념들을 슬기롭게 리얼리티(reality)로
폭로시켜야 한다는 내포적內包的 명제命題앞에선
더욱 커다란 위험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작詩作의 태도는 자못,
비판의 대상이 될 소지가 많습니다.
그것은 시가 수단으로서의 언어가 아니라, 사물로서의 언어를
특질로 한다는 관점에서 비추어 보면 그 지탄의 혐의는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여집니다.
하지만, 시어詩語의 광의성廣意性이란 또 하나의 변수變數를
상정上程한다면 언술言述의 전경화全景化를 극대화 시킬수
있다는 시각에서 그같은 관념성의 편향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닐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다시 시적詩的 장치로 되돌아 옵니다.
과연,그러한 위험요소들을 충분히 인지하면서 관념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사물과 현상들의 이미지와 시적詩的 인식의
세계를 얼마나 극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가 하는
시적詩的 장치의 성능이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결국, 시인 각자의 역량力量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입니다.
 
시에 관하여 말해지는 모든 것은 시인이 책임지어야 할 몫이기에...
 
 
 
 
 
 

- 희선,                                                                          
 
 

* 그동안의 粗惡한 '시쓰기'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반성일 수도 있겠습니다.
  (혹여,  글을 읽으신 분들의 오해가 있을지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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