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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에 관한 雜想 하나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1524 작성일 2005-06-23 23:25 조회수 1170
 
- 비평批評에 관한 시의 시선視線 -
 
 
 

 시인의 시적詩的 체험은 그 본질적 측면에서 그와 똑 같은 계열의
 체험없이도, 평자評者(혹은 광의廣義의 독자)들에 의해 완전무결하게
 번역될 수 있는가?   - 주제넘게도, 시를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를 말하자면 상당히 어려운 것처럼 보인다.
 
 특히나, 오늘날의 시詩라는 것이 다기多岐한 경향傾向의 총체적
 전시展示라 할 만큼 복잡한 양태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므로,
 그것은 어찌보면 '혼돈하는 의식의 발광체'와도 같아서 평자의 생각과
 서로 다른 경향의 시에 대해서는 평자가 함부로 말할 수 없음이
 오히려 당연한 것은 아닐지 하는 소극적인 생각마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비평들의 경우에 있어서는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자신만의 잣대로 대상시對象詩를 분석하고 해부해서,
 시의 운명을 섣불리 결정하려는 의도意圖를 버리려 하지 않음도
 살펴 볼 수 있다.
 
 비평은 확실히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인과 대상시對象詩를 뛰어넘어 시인조차도
 간과看過한 무의식의 세계까지도 넘 볼 수 있는
 총지聰智의 능력도 요구된다.
 또 대개의 경우, 이러한 의도意圖에서 많은 평자들이 시와 시인을
 말하고자 함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현실에 있어서는 대상시對象詩에 대해 평자 자신들 조차
 시가 지닌 의식.무의식 세계에 충분한 유추적類推的 접근도 못한 채,
 구태의연한 주관적 견해로 무리한 번역을 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대하게 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체로, 그러한 비평들은 다음과 같은 해악적害惡的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 시를 위한 비평이 아니라 평자評者 자신을 돋보이려 하는 점
 
  * 독자로 하여금 시의 참다운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게 하는 점
 
  * 시인이 지향指向하여야 할 방향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는 점
 
  * 시가 지닌 결점을 발전적 계기로 연결시켜 주지 못하는 점
 
  * 시가 지닌 장점을 시인의 보다 성숙한 창조적 열의로 만들지 못하는 점
 
  * 시와 시인,독자 그리고 비평批評 상호간의 신뢰를 파괴하는 점
 
 
 
 
 비평이 제 할 몫을 하지 못할 때, 그러한 비평 앞에서 시와 시인은
 철저한 무관심으로 흐를 수 밖에 없게 된다.
 

 사실, 시인의 입장은 비평批評의 입장과는 사뭇 다른 것이어서
 자신의 작품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하는 평자評者를 위해서까지
 구차스럽게 자신의 시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 경향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시인은 독자에 대한 의무감 내지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며 경우에 따라선 자신의 시에 대해 스스로 해설하게도 되는 바,
 아마도 이것처럼 보기 민망한 일도 없을 것이다.
 

 비평批評, 그 자체를 폄하貶下하자는 것이 아니다.
 누가 뭐래도 시와 시인은 비평의 밥을 먹으며 성장한다.
 그만큼, 올곧은 비평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할 것이다.
 
 
 
 

                                                             - 희선,
 
 
 
 
 
 
 
 蛇足:  나 자신, 주제넘게도 몇몇 분의 시에 대해서
        소위 評이란 것을 한 처지에 이런 글을 쓴다는 건
        심히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自省하는 의미로 이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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