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공부한답시고
태평양을 왕복티킷을 가진 채 건너 올 때는
그야말로 편안한 뒷동산에 기댄 기분이었는데
이민올 때 그냥 편도티킷으로 태평양을 건널 때는
뒤가 어째 허전한 것이... 무섭고 떨리기까지 하던
그 심정을 잊지 못합니다.
이 곳에서 언젠가 조국을 왕복티킷을 가진 채
방문할 때도 이 곳이 나의 뒷동산처럼 든든히
나를 지켜주는 지킴이로 느껴질런지....
다들 그렇다는데.. 어쩌다 열렬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조국을 방문하면 편안한 고향의
느낌은 오래가지 않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고
두번 세번 가면 더이상은 그리 가고 싶어지지
않는다는데.. 나도 그럴까 싶네요.
oo님은 어떠하신지요.
뭐가 어쩌고 저쩌고 해도 저는
내 조국이 좋을 듯 합니다만.
망둥어로 살아도 망둥어 속에 있으면
지가 천대받는 망둥어인줄 모르고 살듯이..
그러나 현실의 삶은 그렇지 않긴 했습니다.
자꾸만 자신이 망둥어임을 의식당하고 외쳐지고
구별되어져 놀도록 강요받는 그런 시간들이었죠.
00님께서 언젠가 언급한 `종자`들의 불량한 특성들 때문에
날마다 무척이나 힘들어 했습니다.
그것이 과연 개량될 수 있을까 회의하면서..
매일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인간의 문제가
저를 절망하게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저 다반사로 서로 속이고 상처주고
야비하게 약자를 괴롭히고 그 괴롭힘을 즐기고
자신의 성취에 대해서도 그냥 조용히 즐기면 될 것을
남이 함께 즐기지 못하는 것을 동시상영으로 보면서야
비로소 만족해하는 일종의 특권욕에 눈이 먼 부류들..
잘못을 해놓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것이
워낙 인간들 사이가 비좁고 공간이 협소하다보니
실수를 해놓고도, 잘못을 하고도 점점 부끄럽고
미안할 줄을 모르는 무례함이 판을 치고..
소유와 욕심의 패러다임이 일종의 광기마저 띠어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를 무너뜨리고 있음에도
누구라 할 것없이 그와같은 전통에 대체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편입되어져 살아가야하는 지겨움...
그래서 무섭도록 살떨리는 경쟁의 구조.
인간의 감성과 때론 허술함이 주는 풋풋하고
따스한 관계는 잃어버린 전설에 불과해서
웬만한 곳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낡은 추억.
그래도 조국이 그리웠던 것은
아마도 꿈을 먹고 살아온 지난날이어서인 듯 합니다.
도시한가운데 마치 버려진 무인도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듯한 느낌으로
힘겨운 일상들을 감당해오면서
머리와 가슴 속은 항상 현실과는 엉뚱한.. 그러나
보이는대로가 아닌 내 마음의 눈에 비추이는 그와같은
조국의 모습을 가슴 속에 간직해 왔기에
지금도 저는 그와같은 마음 속의 조국을 그리워하는것 같습니다.
내 맘 속에 살아 숨쉬는 조국에 대한 그리움...
이 곳 생활의 이면이 주는 혹독함이 날로 더함에
더욱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인간들의 종에대한 집착은 조국이나 이곳이나
하나 다를바가 없습니다.
종에 대한 구분과 그로 인한 온갖 가슴 아픈 사연들은
앞에서 말한 기쁨을 자신에게서만 찾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서도, 즉 자신과 달라 소외시켜버리는 그 가운데서
한층 증폭되는 기쁨을 누리려는 사악함에 다름 아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영혼을 갉아먹고 인간성을 파괴하는
소유와 욕심으로 채워진 생존 논리가
얼마나 많은 순간에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중에
슬며시 찾아와 우리를 절망케하는지..
좁아 터진 한국사회처럼 이곳의 교민사회가
완전히 닮은 꼴을 이루고 있는데 오히려 그 강도와 가혹함에
있어서는 조국이 가히 따를 수 가 없을 듯 한데서 더욱 힘이
드는 시간들입니다.
사람들에게 삶이란 무엇인지요.
단지 생존하고 그것도 조금이라도 더 우월한자의 위치에서 누리려하고
무엇보다 부질없는 자신의 특권욕을 극히 작은 부분이라도 채워야 직성이 풀리는 그것이 전부인양 살아야하는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결국 오늘 우리들의 자화상이란
이와같은 온갖 혼돈과 상실감을 피해서들
이땅으로 찾아 왔건만 와서 그 껍질들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새로이 업그레이드 시켜 무장하고 있는 형상은 아닌지.
특히 하나님을 믿고 주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산다는 사람들이
도대체 무엇을 간구하고 무엇이 되기를 소망하며
주의 이름을 부르는 것인지..
말로는 주를 사랑한다하는 사람들의 일상에서는
왜 주를 사랑하는 자들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할
기본조차도 보이지 않는 것인지...
믿는다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시기하고 질투하며 뒤에서 딴말하고
있지도 않은 일을 지어내 퍼뜨리고 아니면 말고식으로..
필요할 때는 온갖 미소로 그러나 소용가치가 떨어지면
깔아 뭉개고..
나보다 잘되는 꼴을 못보고..
작은 오해에도 크게 분노하고...
진정 그리스도인이라면
작은 실수와 잘못은 덮어주며
늘 격려하고 칭찬하고 축하해주며
이름을 높여주고 서로 위로하며 감싸주고
아무 소용이 없어도 아무런 대가를 기대하지 않고
그냥 도와주며 도움 준 것을 드러내지 아니하고...
해야하는 것 아닌지.
곳곳에서 눈물 흘리고 뜨거운 표정들은 조국에서보다 더욱
만연한데도... 충성되고 신실한 믿음의 소유자는 더욱 많아
보이는데도 정작 교민사회는 왜이리도 팍팍한지 말입니다.
00님
제눈의 들보가 작지 아니함에도
감히 이리 글을 쓰는 것을 이해하여 주세요.
그리고 분명히 따스하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또 그러한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향기로운 이야기들이
사실은 더 많은 줄 알고 있음에도...
좁은 사회이다 보니 받는 충격의 강도가 컷던 탓에.
많은 좋은 일보다는
적은 안타까운 일들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큰것이
다반사이기에.
조국을 생각하고 이 곳에서의 제 삶을 돌아보니
제가 바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인 같다는
생각도 들기도 해서요.
그저 넋두리요 한 가녀린 자의 한숨으로 이해하십시오.
또 제 형님을 자처하셨으니 들어도 주셔야지요?
모쪼록 좋은 여행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많은 본질적이고 소중하다할 가치 있는 일에
우리의 일상을 바쳐야한다고 생각하기에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기도의 제목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조국과 이곳을 두루 아우르는 기도가 바로
우리 이민자의 특별한 사명 중의 하나라 생각하는데
이렇게 양 사회를 오가는 00님께 특별한 주님의
비젼이 나타나 지기를 또 간절히 소망합니다.
건강하시구요..
주소 확정 되시는대로 답장 주십시오.
그럼 이만 줄입니다.
캘거리에서 아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