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람
지나가는 겨울 바람이 나를 밀어간다.
하얀 종이 위에 떨어지는 촛불의 눈물.
그 뜨거운 흔적이 잠시 머물어,
사라지는 모든 것들을 추억한다.
도주하는 영원(永遠)의 시간.
행복을 이해 못한 채 삶의 끝까지 도착하더라도,
그 곳에서 우리는 추억의 이름으로 아름답다.
나로부터 멀리 사라지는 발자국.
그렇게 쌓여가는 또 하나의 분리(分離).
정든 가슴으로 숨을 쉴 때마다,
지나가는 겨울 바람이 나를 밀어간다.
아주 멀리.
죽음이 헐떡인다,
모진 그리움의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