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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 침묵의 서약 *
작성자 지나다     게시물번호 -2160 작성일 2005-11-28 11:21 조회수 1224
* 침묵의 서약 *

어느 결혼식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하객들을 맞는 신부쪽
부모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습니다.

신랑의 부모는 아예 결혼식장에
나타나지도 않았습니다.

홀로 서 있는 신랑을 훔쳐보던
신부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결코 행복할 수 만은 없는 반쪽의 결혼...

신랑측 부모가 두 사람의 결합을
극구 반대했던 것입니다.

남자는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간절한 마음으로 애원했습니다.

"아버지, 제발요."
"절대 안 된다."

몇 달을 두고 허락을 구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심한 좌절감뿐이었습니다.

남자는 결국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겉보기엔 남다를 것 없는 결혼식장의 빈 의자처럼
가슴 한 곳이 텅 빈채로 치르게 된 결혼식이었습니다.

주례사가 시작됐습니다.

"에...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저처럼 검은 머리 대머리 되도록
사랑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식장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주례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침울했던
식장 분위기를 바꾸고 신부위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를 만들어내고 있을 때였습니다.

하객들은 신랑의 손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듣지 못하는 신부를 위해
수화로 주례사를 통역해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에...신랑 신부가 백년해로하려면 서로에게
이 머리처럼 광나는 말을 아끼지 말고 해 주어야 합니다."

순간 장내는 숙연해졌고 주례선생님은
정말 광나는 한마디로 주례사를 마쳤습니다.

"여기,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신랑이 가장 아름다운 신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해 주고 있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하객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박수를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것은 아픔을 견뎌낸 신부와 신부의 아픔까지
사랑한 신랑에게 보내는 찬사요 갈채였습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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