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답시며,
한편의 詩도 쓰지 않았다.
익숙한 외로움이란 습관에 젖어,
어두운 나만의 둥지에서
혼자 기뻐하고 슬퍼하며 살아왔다.
햇빛 아래 널브러진 욕망만 촘촘하다.
그것들은 침묵하는 그림자와 친하다.
언제나 똑같이 움직인다.
하지만 유령같이 공허하다,
숨길 수 없이.
허무도 지나치면, 때로 꿈같은 사랑도 되고,
칼같은 實存도 된다.
그 덕분에 아직까지 염치없이 살아있다.
그래서 비라도 오는 날엔 우산을 쓴다.
우습게도, 나 역시 또 하나의
人生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