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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주의자들이 집권한 캐나다에서
작성자 강현     게시물번호 -2478 작성일 2006-01-25 09:15 조회수 1305
예상대로 보수당이 집권했습니다. 말이 집권이지 지지율 36 % 에 124 석을 건진 불안하기 짝이 없는 약체 정부로 탄생했습니다. 자기들이 잘해서도 아니고 자유당이 예산 부정집행과 뇌물 스캔들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반사이익으로 간신히 다수당이 된 것입니다. 보수당의 모태랄 수 있는 과거 개혁당 당수 프래스톤 매닝은 이 정도 결과라도 어디냐 는 듯 감격에 겨워 눈시울을 붉혔다고 합니다. 프래스톤 매닝은 일률과세를 주장하고 이민자들이 캐나다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논리를 펴 온 극우주의자입니다. 새 수상이 된 스티븐 하퍼는 그의 막료로 활동하며 1997 년에는 反이민 극우단체인 전국시민연대(NCC)를 창설, 주도하기도 했던 더 극우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범죄근절을 위해 대도시 주변에 軍을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는가 하면, 진보 성향의 법관들과 고급공무원들을 모두 숙청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사고방식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요 몇 주 사이에 중도좌파라도 됐다는 듯이 쏟아 놓은 발언들 보면, 선거를 위해 순전히 사기극을 벌인 것인지 아니면 나이 50이 다되어 정말 개과천선이라도 한 것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현란합니다.
 
새 집권당이 된 보수당 안에 모여 있는 인물들의 면면이 또 가관입니다.  ‘낙태 및 동성결혼 합법화 저지를 위한 자살돌격대’ 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극단주의자들을 비롯해 非기독교인에 대한 혐오 증후군 성격장애자, 사형제도 부활론자, 부시 숭배론자, 감세주의자, 서부 분리주의자, 백인우월주의자, 보수성향의 소수민족출신 들러리 등 온갖 종류의 우익 잡동사니를 총 망라하고 있습니다. 이런 잡동사니 정당으로는 사실 다수집권을 했더라도 앞날이 순탄치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소수집권이라니 하퍼를 비롯한 당료들의 골머리가 빠개지는것도 이해가 갑니다. 문제는 이 당에 포진하고 있는 어디로 튈지 예측이 불가능한 돌출분자들을 당 지도부가 통제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 개혁당 시절처럼 “깜둥이나 동성애자가 가게에 들어 올 때 가게 주인에게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빅토리아) 라든가 2000 년 총선 때처럼 “밴쿠버가 아시아인들의 침략을 당했다”(위니펙) 는 등의 발언을 하는 의원이라도 나오는 날이면 그나마 소수집권마저 위태위태해질 수 있는 파리목숨이라는 걸 보수당 지도부 스스로도 잘 알 것입니다.
 
이런 돌출분자들은  BC 남부와 알버타 등 이른바 캐나다 판 바이블 벨트에 주로 모여 있습니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인종주의자이자 서부 분리주의자이기도 한 빅토리아의 덕 크리스티 같은 오염물질이 또 보수당에 추파를 던지며 접근할 기회를 노릴 수도 있습니다. 이 자는 변호사 시절 언스트 준델 같은 나찌 신봉자나 혐오범죄 관련자 등을 주로 변호하던 인간입니다. 스스로를 하나님의 전사라고 부른다는 이 자는 지난 2000 년에도 당시 캐나다연합당의 당수였던 스톡웰 데이에게  “우리는 동지”라며 접근하려다 거부 당한 적이 있습니다 .스톡웰 데이가 비록 기독교 근본주의자이긴 하지만 자기 며느리가 동양계이기도 한 그가 인종주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입니다. 하퍼는 스톡웰 데이보다 춸씬 이념적으로 세련된 논리를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공격적이기 까지 한 인물입니다. 그가 선거기간 중 착해진 척 온건해진 척 나불댄 이야기들은 선거 전 까지만 유효한 ‘임시생각’ 이라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 입니다. 더 큰 문제는 보수당 내부에 건재하고 있는 ‘극우분자’ 들이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결집하여 주로 PC 출신인 온건파를 제거하고 당권을 완전히 장악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시겠지만 지금의 보수당은 극우세력의 집단인 캐나다 연합당과 전통적인 보수당인 PC 가 2004 년 통합한 당 입니다.   보수적이지만 합리적인 당료들이 보수당을 떠나 자유당으로 당적을 옮긴 이유는 이런 인간들과 한 지붕 아래 있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일 것입니다. 연합당 출신의 극우주의자들은 소수정권의 한계니 하는 따위의 정치적 고려사항에 구애 받지 않고 목청을 높일 준비가 언제든지 돼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자들은 정치가 형 인간이 아닌 투쟁가 형 인간들이기 때문都求? 이들은 벌써 동성결혼 합법화같은 예민한 이슈 등이 우선과제가 아니라고 선언한 당 지도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들은 캐나다의 모토인 복합문화주의부터 쓸어 없애버리고 백인중심의 기독교 문화를 이 사회의 근간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입니다.
 
천만다행인것은 위기감을 느낀 합리적 다수와 소수민족이 선거 마지막 순간에 마음을 합하여 이 위험한 정치세력이 다수로 집권하는 것을 막았다는 것입니다.  토론토, 밴쿠버, 몬트리올 등 3대도시에서 보수당이 단 한석도 얻지 못하고 PUMPKIN PARTY(촌구석 정당)로 전락한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어제 한 직장동료와 토론을 했습니다. 보수당을 찍었다는 그가 나에게 물었습니다. 낙태와 동성결혼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직 나는 낙태와 동성결혼을 정서적으로 찬성하고 받아들일 만큼 성숙한 사람이 아니지만 그들을 정치적으로는 절대 지지 한다고. 왜냐고? 소수와 사회적 약자들의 숨통을 조여오는 敵들을 앞에 두고 그들과 나는 같은 전선에 서 있으므로. 그리고 그들이 지금 최전선에서 나를 대신해서 싸워주고 있으므로. 그리고 그들이 무너지는 날 적들의 다음 공격목표는 소수민족인 우리가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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