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언짢은 삶을 생각하는 이유는
반드시 행복이 정지된 둑을 밟아서가 아니야.
오랫 동안 잠 못이룬 너의 꿈을 나에게 말할 때마다
내 무거운 머리 속은 훈훈한 습기로 침침하고
노오랗게 흩날리는 지난 가을의 낙엽 너머론,
차갑게 서있는 겨울이 콜록 기침을 해.
차라리 나에게 적실(的實)한 광기라도 있었으면,
항상 안개에 덮혀있는 미래쯤은 신경도 안쓸거야.
웅얼대는 세계의 절반은 언제나 펜(pen) 끝의 파리한 눈매로
고독한 책상에서 시를 쓰는 시인들로 가득하고,
슬프도록 누렇게 냉습한 벽엔 오래 전에 걸린
그림 한 조각이 우울한 벽에 머리를 붙이고 잠들어 있어.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야.
계속 잠만 자는 풍경 따위엔 관심조차 없어.
이젠 정말,
이런 고독하고 창백한 영화는 더 이상 보기 싫어.
내 주위에 움직이는 것이란 오직 달음질치는 시계 속의 긴 바늘...
나도 모르게 그것만이 나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어.
나를 찾아 끝없이 걸어가는 어떤 삶의 형식이 그 바늘에 실려
엔딩(ending) 자막도 없이 끝나가는 영화를 가위질 해.
La Fin...
아, 확실한 그 끝을 향하여.
지금에서야, 나는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엔
너무 시간이 없음을 알았어.
언제나 차갑기만 한 이 세상의 댓가(代價)로
오래전 부터 네가 나의 뜨거운 가슴을 청구하고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