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면서 고교 혹은 대학 동기들간에 경제적인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자수
성가한 친구들도 간혹 있지만 많은 경우는 부모 잘 만난 덕을 보는 경우인듯 하다.
삼겹살에 소주 몇 병으로 행복하던 시절은 가고 소위 수준이 맞지 않아서 소원해지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한다. 잘 사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대로 못 사는 친구의 고민에 공감이 가지 않고 못 사는 사람은 못 사는 사람대로 잘 사는 친구의 변심을 원망한다. 할 얘기가 없어서 멀어지고
멀어져서 할 얘기가 없어진다. 그렇게 인연은 희미해져 간다.
아주 가끔은 인연이 살아난다. 한달에 수천만원을 벌던 그가, 수준에 맞지 않는다고 나같은 사람을 만나는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선언한
그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쉽게 사업에 실패해서 내 어깨에 기대 울때 인연은 살아난다.
살아난 우정은 심지가 된다. 활활 타오르는 남녀의 사랑 같지 않게 겉으로 보기엔 금새 꺼질듯이 가냘플지언정 주어진 시간이
다할때 까지 항상 켜 있는 불을 품는 심지가 된다.
부자를 만나야 부자가 된다고 한다. 부자가 되는 법에 일가견이 있는 어느 이십대 청년은 재산을 모으려면 친구도 가려서 만나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 관계에 지장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느정도 수준이 되면 인간 관계가 재편되는 시기가 오니 괜찮다 한다. 무엇이 괜찮은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나이가 이십대라는게 위안이 된다.
젊을때는 바닥도 한번 쳐볼만 하다. 치고나면 언젠가 다시 일어설테고 다시 일어섰을때는 귀한 술 빚어 찾아갈 벗이
생기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