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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게 2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2759 작성일 2006-02-27 22:58 조회수 751
 
詩에게 2


나도 한때는,
세상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불행(不幸)의 칠판 위에 행복을 쓰던,
투명한 혼(魂)의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지금은 아무 것도 꿈꾸지 못하는 공허한 손 끝으로,
날마다 내가 보는 세상의 기록만을 담담히 옮길 뿐이지만
그래도 간혹 당신은
뭇 인생(人生)들이 뿜어내는 땅 위의 찬 바람을 뛰어넘어,
노을의 붉은 속을 거니는 검질긴 아픔으로 내 앞에 드러나기도 합니다
이제, 영혼의 중심점(中心点)을 싸고 도는 당신의 힘찬 선회(旋回)를
스스로도 더 이상 견디기 힘들어 내 마음을 슬픈 휴식으로 이끄노니,
쇠약과 선망의 가슴으로, 줄어든 지상(地上)의 날들 위에
나의 마지막 시간에나 걸어봄직 한,
애달픈 소망 하나 풋풋하게 써보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한 후, 이런 어줍은 짓을 해오면서
희끗한 머리의 세월만 한 줄기 꿈처럼 흘렀습니다
오직, 부끄럽기만 한 삶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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