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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역전(驛前)에서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2766 작성일 2006-03-01 18:53 조회수 1039
 
새벽, 역전(驛前)에서


새벽의 플랫폼(platform)

차가운 공기에 옷깃을 잔뜩 세운 채,
자판기의 커피를 뽑아 마신다

밤을 지새운 노숙자의 흔적인 듯,
길 위엔 마르지 않은 눈물이 있다

삶은 왜 이다지,
온통 슬퍼해야 할 풍경으로만
설득력을 지니는 것인지

힘겹지만 즐거운 예술처럼
기쁘게 살 수도 있을텐데,
비록 가진 것이 없더라도

먼 미래에서, 도착한 열차

흘러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사람에게는, 승차권이 없다

이른 햇빛에 반짝이는, 눈물

결코 울지 않았다고,
능청스레 우기는 얼굴

자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눈물이라면서,

스스로 차가운 사람이라고
아프게 다짐하면서,

새벽의 가벼운 거리를 걸어가는
무거운 어깨의 여느 사람들처럼,

희미하게 남아있던
눈물의 표정마저 지워가면서,

그렇게 걸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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