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스모그가 마치 오랜 병자(病者)의 피부색깔 같다.
답답한 마음은 오늘도 하루 몫의 권태와 근심을
짜증섞인 일과(日課) 속에서 착실하게 엮어냈다.
문득, 내가 대면해야 할 마지막 시간이 궁금해진다.
그때에도 이런 황막(荒漠)한 심정만 가슴에 가득할까.
어디론가 홀로, 멀리 떠나고 싶은 날.
나에게 그리운 사람들이 모두 나를 잊어준다면,
나 또한 그들을 모두 잊을 수 있다면,
그래서 삶에 대한 이 병(病)적인 집착을 떨칠 수 있다면,
보다 깊은 영혼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정처없는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인연의 굴레 벗은 영원한 이방인이 되어,
나 그렇게 떠나갈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