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0 중반을 넘겨 한의사가 되고자
다시 공부를 시작한 것이 1996년이었습니다.
그것도 저의 오랜 꿈 중의 하나였던 미국에서의
삶을 생각하며 미국한의사가 되기 위해
LA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한의사 공부를 위해 한국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중국도 아닌
LA로 공부를 떠난다는 것은
다소 엉뚱한 발상이 아닐 수 없었기에
때로 두려움과 불안이 있기도 하였지만
모든 나의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주님을 붙들었기에
기대와 설레임이 더하여 나는 거침없이 전진할 수 있었습니다.
일반의 인식과는 달리
미국의 동양의학의 환경과 현황, 앞으로의 전망과 가능성은
참으로 전율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치 풍성하였습니다.
이미 미국인 1500만 이상이 한방 치료을 경험하며 연인원으로
따질 때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한방치료를 받아왔다는
사실..
한방진료를 의료보험으로 커버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한의사들을 physician으로 공식 인정하며 (MD와같이)
Doctor of Oriental Medicine으로 미국 의료시스템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
서양의학의 한계와 부작용 속에
alternative medicine의 대표주자로
또한 한방의학이 가진 가장 훌륭한 장점 중의 하나인
preventive medicine으로서의 탁월한 체계로 인해
한의학은 이미 미국 내에서 `신기한 동양의 침술` 정도를
훨씬 뛰어 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학문적 풍토와 합리적 사회체계에 힘입어
동양의 다소는 신비주의적 모호성이 더욱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분명함으로의 변환이라는 긍정적인 결과도 낳으면서 이와같은
동양의학 열풍은 가히 혁명적이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양자역학의 물리학이 이미 수천년전 동양의학의 기와 경락이론에서 증명되고 실증되어져 왔다는 것은
이미 서양 과학계에는 더이상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수많은 저명한 과학자들은 동양의 이 탁월하고 체계적인 세계관 우주관과 그에 입각한 의학적 적용이야말로 수많은 분석과 끝도 없는 나눔(department)에 의해 그 시종을 확인해 보려는 서양의 결코 성공할 수 없는 패러다임에서의 한계를 극복해줄 훌륭한 alternative라 고백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에 비해 동양의학의 종주국의 하나라 자부하는
한국의 한의학계는 그간 우리 국민의 거의 무조건적인
한의학 사랑에 아무 대책도 없이 안주한 채 그 달고 맛있는
열매를 그냥 앉아서 주워 먹는 것으로 만족해왔습니다.
중국이 실용적으로 변하면서 그들은 chinese medicine을
중국인민의 의료혜택향상을 위하여
체계적으로 지원 육성한 것 외에
세계로 눈을 돌려 수많은 세계의 유수한 서양의학자들을
초청하여 수학하게 하고
또한 전세계에 퍼져있는 그들 중국 이민자들을 토대로
중의학을 보급하고 지켜나간 결과
이미 세계의 동양의학은 모두가 중의학을 표준으로 삼으며
성장일로에 있는 반면에
한국은 한의사제도자체가 없는 일본보다도 못한
동양의학의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심지어 한국에도 동양의학이 있느냐는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받는 데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한의사들이 온갖 보약과 녹용, 인삼탕에 목을 매어
돈벼락을 맞고 전국의 수재들이 단지 부귀영화의 확실한
코스라는 현실에 안주하여 한의학 열풍에 휩싸이고 있는 동안
중국은 그들의 침술로 세계의 alternative medicine을 평정해
왔던 것입니다.
우리가 보약에 목을 매는 동안
미국과 중국이 한약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그 효능과 약리학적 연구를 거듭한 결과
수많은 난치, 불치병에서 획기적인 결과들을
발표하며 그 성과들을 상업적으로도
연결시켜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인삼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인삼, 장뇌삼..
세계적인 고려인삼은 우리정부가 스스로를 광고할 때나 써먹는
그저 귀하고 좋은 한국의 약재일 뿐, 그 막대한 시장에서는 아무런 자리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저명한 한의학 교수들이
가끔씩 열리는 국제 한의 학술대회를 가면
그분들은 그저 식사하고 관광이나하고 돌아가는 현실..
약초와 침자리의 국제용어도 전혀 모른 채
그저 꿔다놓은 보리자루 마냥 자리만 지키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교수님들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면서...
다행스럽게도 최근의 젊은 한의학자들 중에는
이와같은 한방보약식 한의원 운영에서 탈피하여
우리의 고유한 의학적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움직임이 많아진 것을 봅니다.
漢의학이 韓의학인 것은 한방이 중국이 종주국이라 하나
한의학이 가진 우리의 고유하고도 독특한 의학체계와
그 발전 경로에 의한 것입니다.
즉 허준이라는 의성에 의해
한국 고유의 약초와 처방이 집대성되고
종래의 중의학 또한 우리의 시각에 의해 재해석 되어진 것에
이제마 선생의 독특한 체질의학인 사상의학, 사암도인의 사암침법등이 더해진 것을 말합니다.
최근의 고려수지침 또한 배타적이 아닌 인식에서
한의학의 독특한 한 분야를 구성하고 있음을 포괄해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와같은 우리의 한의학이 최근에 여러 매체를 통해 주목을 끌고 그 성장의 토대를 만들어 가는 것은 좋은 일이긴 하나 이것이 학문적이라기 보다는 지나치게 상업적인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의 유행처럼, 들불처럼 확 타올랐다가 어느새 사라져 시들해지는 풍토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동양의학이 서양세계에 와서 꽃을 피우기까지는
동양의 침술과 약술이 이 곳의 사정에 맞게
적용되어진 결과라 볼 수 있습니다.
즉 우리의 체질의학이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실증이 된 셈입니다.
물론 그전에 우리의 한의학이
학문적으로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지금 미국 캘리포니아는 미국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한의사 제도를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주입니다.
그 역사도 이미 30년을 넘어서
수천명의 한의사들을 배출하였고 한의사들은 일반 MD나
치과의사, 카이로프랙틱과 같이 Doctor의 위치에서
미국 의료의 한 축을 맡아가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의 한의사 면허는 다른 주들을 커버하는
한의사 인증(NCCAOM)제와는
그 수준과 난이도, 권위에 있어 매우 큰
차이를 보이며 확고한 자리를 잡아 있습니다.
이와같은 미국 한의사면허를 따기 위해 공부하는 대학이 캘리포니아주에는 매우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몇몇 대학..
South baylo 대학, Royal 대학, 황제대학, 경산대학등등은 학교운영체계와 교수진, 학생수, 부속병원등에 있어 어디에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1년에 방학없이 4학기를 3년과정으로 수학하며 수업요건 중에
인턴쉽 840시간이상을 이수해야 하고 수업은 영어, 중국어, 한국어로 진행됩니다.
지금은 아직도 미국에서 한의학을 배울 때 한국어로도 중국어로도 배우며 시험도 한국어로도 중국어로도 볼 수 있지만 앞으로 미국인 한의학자가 좀더 많이 배출 되면 조만간 미국은 모든 외국어로의 한의학 수학과 시험을 없애버릴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미국이 왜 강한 나라인지가 단적으로 보입니다. 그들은 역사와 전통이 부재한 대신 그것을 자기것 화하고 새로운 전통과 역사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을 치열하게 기울이는 것입니다.
이런 점은 물론 때로 제국주의적 행태를 보이며 오만하고 폭력적인 횡포로 치닫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그와 같은 정신의 일단은 우리가 배우고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고 여깁니다.
미국의 한의학...
왜 이것이 지금 논의되고 상고해볼만한 가치를 지니는가 하는 것은 이 곳 캐나다의 수많은 우리의 젊은이들.. 특히 이민 1.5세대나 2세대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한의학은 하나의 도전해볼 목표가 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독특한 韓의학적 토양 위에서 서양에 적용된 동양의학을 배우고 양자를 접목한다면...
이 것을 단지 먹고 사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투자하여 하나의 분명한 획을 긋는
alternative medicine 정립의 작은 출발로서의 한의사의 길에 동참해보는 것 말입니다.
특히 영어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면 미국에서의 한의학 환경은
무한히 넓고 다양합니다. 물론 여러가지 status의 문제가 따르겠지만 그것은 차치하고 드리는 제안입니다.
이민자로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현실에서
미국 한의사는 도전해 볼만한 가치와 그 폭을 가지고 있다고
분명히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