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햇빛 가득한 눈부심 속에서
부드러운 바람결에 실려 온
목련 꽃향기에
나는 꿈 같은 파도가 된다
청순(淸純)한 해안의 기슭에 닿으려는듯이
황홀한 신앙과도 같았던 믿음이
아직도 숨쉬는 금빛 물결은
아름다웠던 시간들로 출렁이고,
나는
지나간 시절을 잠재운 바다가
해조음(海潮音)으로 노래하는
멀어진 사람의 탄식에 귀 기울인다
아, 이제서야 우리들의 해안에 닿았나요
나는 돌아오지 않는 당신을 기다리다,
수많은 밤들의 암흑과
헤아릴 수 없는 한낮의 정적에 씻겨
이제는 기억조차 아련한 물거품이 되고
해마다 봄의 꽃향기로
잊혀진 나를 달래며
바다 속에 슬픔을 잠재운답니다
몸부림치는 영혼은
그렇게 목련 꽃향기로
최후의 포옹을 하려 하는데,
세월은
나를 다시 멀리 달려가는 기차의
바퀴소리로 밀어버리고
그래서
더욱 진해진 향기는
슬픔에 지는 꽃잎 속에
추억처럼 잠겨버리는,
이 화창한 봄날에
어디선가
또 다른 연인(戀人)들은
황홀한 속삭임을 다정스레 나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