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바람이
거리를 할퀴고 지나간다
가난한 버스 정류장엔
시간을 따라 흐르는 노선표가 흔들거리고,
외로움을 애써 감춘 얼굴들은
저녁을 향해 뉘엿 기울었다
나도 한 때는 행복한 날의
환한 얼굴을 간직했건만,
이제는 모든 시야가 흐려져
눈물조차 솟지않는 메마른 눈동자로
역(驛)이 없는 공간을 지켜볼 뿐
아, 희미한 목젖에 걸린 외마디 신음은
언제쯤 나의 꿈을 다시 부르려 하는가
어느덧, 봄이라는데
공허로 가득한 삶은 아직도 겨울 속에서
그림자 짙은 나의 등을 떠밀고
가슴 조이는 순간은
또 그렇게 모진 하루를 접어버린다
텅 빈 시각,
사람들은 저마다의 달콤한 꿈을 간직한 채
제각기 버스에 오르고
먼 하늘엔 별 하나 초롱, 근심처럼 떠올라
나를 찾지 못한 꿈은 그곳에서
또 다른 버스를 기다리는데
매서운 바람이
거리를 할퀴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