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가고 봄은 아직 오지 않는,
눈보다 입술이 더 고운
저 애는,
아마도 진달래 피는 삼월에 태어났을거야.
삼월이 다하면 피는 튜울립들도
저 애의 까아만 머리보다
더 귀엽지는 못할거야.
저 애는 자라서
아마 어른이 된 후에도,
푸라타나스 눈이 틀 때
타고난 그 마음씨는 하냥 부드러울거야.
그렇지만 저 애도
삼월이 가고 구월이 가까우면
차츰 그 가슴이 뿌듯해 올거야.
어금니처럼 빠끔이 터지는
그 여린 가슴이.....
겨울은 가고
봄은 아직 오지 않는,
야릇한 꿈에서 서성일지도 모를거야.
수선화 새 순 같은 三月生.
저 애는 돌맞이 앞니같이 맑은
三月生.
--- 김현승의 '三月生'
* 밤하늘에 무수히 떠있는 별들을 바라보자면, 저 별 하나 하나마다
제각기 그 임자가 있는 것처럼 생각될 때가 있다.
詩에서도 간혹 그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정녕, 그 어느 한 사람을 위해서 씌여진 것 같은...
그런 것을 보면, 詩는 시인의
품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 자체로 또 다른 별개의 생명이 되어 살아가는 듯 하다.
金顯承 시인은 그 눈매가 참
선하신 분이다.
그분의 대표작인 '가을의 祈禱'에서 느낄 수 있듯이
서늘한 바람 속에 파아란 하늘의 눈동자 같은 분이란
생각이 든다.
깨끗하고 맑은 삶...
그래서 평생을 가난하게
사셨는지는 모르지만.
'겨울은 가고, 봄은 아직 오지않는
야릇한 꿈..' 이란
싯구가 유난히 마음에 와 닿는다.
마치, 내 오랜 그리움이
그곳에서 오늘도 서성이는 것 같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