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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재 소묘(觀自在 素描)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3379 작성일 2006-05-05 22:17 조회수 1077
 
관자재 소묘(觀自在 素描)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 하심에
오온(五蘊)이 모두 공(空)한 것을 비추어 보고
일체의 고액을 여의셨다네



아바로기데슈바라.
당신은 관세음의 신음소리입니다
병든 창녀가 힘겨운 돈벌이를 하는 시각에 그옆에 누워
쌔근 잠든 아기의 얼굴입니다
어린 사미(沙彌)가 제 어미 그리워 눈물 적신 배겟머리에
살포시 내려앉은 달빛입니다
피흘린 십자가 아래 흐느끼는 마리아의 눈물입니다
도살장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착한 소의 슬픈 눈망울입니다
그리하여,
당신은 이따금 빛바랜 탱화(幀畵) 속의 어렴풋한 미소로
혹은,
침묵하며 제 몸 사르는 향화(香火)의 파릇한 내음으로
삼매(三昧)의 옷자락을 드리우기도 합니다

아바로기데슈바라.
당신은 공(空)한 동그라미입니다
목이 타는 나그네가 갈증 달래는 숲 우거진
풍경 속의 우물입니다
내가 갈 수 없는 머나 먼 내일에서 불어 온 만다라(曼陀羅)의 희열입니다
목어(木魚)를 두드리다 잠깐 잠이 든 상좌(上佐)의 고운 얼굴입니다
잡초 우거진 이름모를 어느 무덤가에 홀연히 피어 오른 초롱꽃입니다

아바로기데슈바라.
당신은 오래된 친구가 건네는 한 잔의 술입니다
정화수 앞에서 밤을 지새는 어머니의 영원한 기도입니다
그리하여,
당신은 이따금 새벽에 들리는 찬송가의 소리로
혹은,
지하도에 업드려 구걸하는 늙은 거지의 투박한 손으로
삼매(三昧)의 옷자락을 드리우기도 합니다

아바로기데슈바라.
저어기 맑은 햇빛 아래
아가가 방긋 웃습니다
이제,
당신이 인간의 아름다운 어머니로
나투실 시간이 되었나 봅니다






* 아바로기데슈바라(avalokitesvara): 관자재의 범어(梵語),
구라마습(鳩摩羅什)에 의해 후일 법화경의 한역에서
관세음으로 옮겨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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