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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푸른 시를 읽으면,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3532 작성일 2006-05-26 11:53 조회수 622
 
그대의 푸른 시를 읽으면,


문체(文體)가 훌륭합니다.
날로, 눈부시게 진화해 가는 모습도
푸르게 좋아 보입니다.

수시로 받는 마음의 상처를 재빨리 다스리며,
고단한 삶을 충전하는 그대의 영민한 슬기는
나도 따라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대가 걸어가는 창망(蒼茫)한 평원은
아마도 수 많은 선지가(先知家)가
비에 젖은 넓은 옷자락 휘날리며,
지나갔던 길이겠지요.

나도 그대처럼,
행간(行間)의 의미 사이에 숨어있는
냉혈의 진보를 꿈 꾼다면 좋겠습니다.

사랑과 눈물에 대해서도, 말과는 달리
정작 속으로는 별 감흥없는,
무심한 표정으로 담담하면 좋겠습니다.

다만, 별 뜻없이 차갑게
탕진하는 그대의 예리한 영혼만큼은
내가 닮지 않길 바랍니다.

생각하면,
얼마나 날카로운 비수(匕首) 같은 세상이던가요.
시까지 그래야 한다면, 고개를 흔들고 싶습니다.

왜, 시만 저 홀로
그대와 상관없이 아름다워야 합니까.

그런 시라면,
문고매장(文庫賣場)에 가득 진열된
포장(包裝)만 사랑인 정교한 금속 활자입니다.

그대는 단 한 번도
남을 위해, 진정으로 영혼의 눈물은
흘리지 않은 듯 합니다.

오로지 자신만 가꾸는, 그대가
왠지 조금씩 싫어집니다.

먼 훗날,
그대의 시가 세상 위에 우뚝 서는 것보다
설령 시를 전혀 모르는 둔탁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대가 진정
따뜻한 가슴을 지닌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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