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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교회 목사님들께 질문있습니다.
작성자 강현     게시물번호 -3741 작성일 2006-06-25 13:33 조회수 871

저는 종교담론을 주제로 이야기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이 분야에 문외한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토론 마당에서 별로 재는 것이 없는 무모한 성격인지라 또 자판을 두들겨 대고 있습니다. 너그럽게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작년 봄엔가 한 교포신문에 소설 Da Vinci Code에 대한 일부 종교계의 반응을 주제로 한 칼럼을 쓰면서 저는 이런 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신 구약에 나와 있는 모든 기록들을 역사적 사실로 믿어야만 올바른 믿음이라는 생각은 자신을 출구가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시에는 제가 ‘히브리경전’ 이나 ‘기독교경전’ 이 아닌 신 구약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용어가 기독교의 주관적인 표현일 뿐 아니라, 특히 구약이라는 용어는 유대교에 대한 모욕이라는 어느 분의 의견을 제가 받아들인 뒤로는 가급적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러나 제가 기독교 신자이니 만큼 신약이나 성서라는 용어사용 마저 거부하지는 않습니다.

 

성서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문서가 아니라 성서기자마다의 주관적인 고백 언어로 구성된 일종의 고백문학이라는 데는 종교학자들 사이에 별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고백 언어가 계시의 성격을 가지든 교훈의 의미를 가지든 그것도 독자의 주관적 선택의 영역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여담이지만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전문가집단(여기서는 신학자 또는 목회자들)의 해당분야에 대한 무소불위의 권위를 믿지 않는 저 자신의 일종의 결벽증에도 연유가 있습니다. 저는 학문을 하건 진리를 탐구하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전문가의 권위에 학적 정당성을 무작정 의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집단이란 연구 소산물의 단계단계마다 이에 대한 기득권과 이해관계, 계보이익 그리고 명예 때문에 학문적 솔직함이 때때로 구속 받을 경우가 있습니다. 고급지식이 점점 대중화 돼 가고 있는 지금은 그렇지도 않지만 과거에는 이런 정지상태를 돌파하고 새 지평으로 논의를 끌어갈 수 있는 통로가 분야에 따라서는 매우 제한적이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목사님들도 주지하시다시피 한국의 상당수의 보수 기독교인들은 미국 남부의 일부 기독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성서해석에 대한 저와 같은 의견에 전혀 동의하지 않고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런 주장 자체를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분들은 고백언어로 된 성서를 환기독법이나 문학적 음미가 아닌 일종의 인식론적(?) 방법으로 해석하려 합니다.  Biblical Literalism이라는 그들만의 독특한 방법을 사용한 일종의 사전적 해석입니다. 저는 가끔 그분 들이 혹시 성서를 조선시대의 승정원일기나 국회속기록 같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들만의 Biblical Literalism이란 고증학 해석학 번역학 같은 실증과정의 기본도구조차 미리 해석된 성서기록의 문자적 정당성을 증명하는데 봉사할 것을 강요합니다. 제 부족한 소견으로는 본말이 전도된 매우 황당하고 이상하기 짝이 없는 해석 방법입니다.

 

거꾸로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과 관련된 어떤 주제들에 대해서는 또 멋대로 성서기록의 역사적 과학적 사실성을 먼저 고백하고 이 고백에 준거하여 이론을 창조해 나갑니다.

 

이제 질문의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보수 기독교의 성경 읽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꺼낸 이유는 현재 북미에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지적설계이론(Intelligent Design)에 대한 개인적인 의문 때문입니다. 기독교 우파가 적극 밀고 있는 이 이론 역시 앞서 언급한 ‘이상한 성서해석 방법’과 기본적 궤는 같이하고 있지만 근본주의가 고수하고 있는 문자주의에서는 거의 이단이라 할 정도로 벗어나 있습니다.

       

그런데도 지적설계이론을 공인된 과학이론화 하려는 미국 보수 기독교계의 노력은 필사적 입니다. 이미 지난 해 12 월 문제가 됐던 펜실베니아 주에서 법원이 이 이론에 대한 교육금지 판결을 내린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 이론을 사립학교는 물론 공립학교의 교과교재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자연주의에 입각한 자연과학 연구방법론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초자연적인 지적존재를 설계자로 가정하고 있는 이 주장은 엄밀한 의미에서 이론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달리 부를 말도 마땅치 않으니 그냥 이론이라고 하겠습니다)

 

성서해석에 있어서 창조론과의 분명한 차별성에도 불구하고, 지적설계이론(Intelligent Design)이란 진화론에 대항하기 위해 보수 기독교 진영의 일부 과학자들과 신학자들이 새로 만들어 낸 약간 세련된 형태의 창조론이라는 과학자들의 견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 동안 說話에 불과한 창세기에 과학을 꿰어 맞추려 한 기존 창조과학회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이들의 주장이 학계나 언론계에서 더 이상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는 우스개거리로 전락한 것 과 때를 맞추어 슬그머니 등장한 주장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이론의 주장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 합니다. 보도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그 쪽의 주장을 원문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Critics of the theory of intelligent design often assert that it is simply a re-packaged version of creationism, and that it began after the Supreme Court struck down the teaching of creationism in Edwards v. Aguillard in 1987. In reality, the idea of intelligent design reaches back to Socrates and Plato, and the term “intelligent design” as an alternative to blind evolution was used as early as 1897. More recently, discoveries in physics, astronomy, information theory, biochemistry, genetics, and related disciplines during the past several decades provided the impetus for scientists and philosophers of science to develop modern design theory. Many of the central ideas for the theory of intelligent design were already being articulated by scientists and philosophers of science by the early 1980s, well before the Edwards v. Aguillard decision

 

이 글은 지적설계이론 주장자들 중의 한 사람인 Dr. Witt, Jonathan이라는 사람이 쓴 논문 The Origin of Intelligent Design (부제 A brief history of the scientific theory of intelligent design)의 서문입니다.  보시다시피 그는 지적설계이론이 단순히 창조론을 재포장한 것이 아니며, 법원이 창조론 교육을 금지한 1987년 이전인 1980년대 초반에 지적설계이론 내부의 많은 중심이론들이 이미 정리돼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Dr. Witt의 반론에?불구하고 이 이론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연방대법원에서 ‘창조론추방’결정이 난 직후인 1990년 대 초반입니다. 여론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은 건 펜실베니아 주 법원의 금지 판결로 세상이 시끄러웠던 작년 12월입니다.

 

본인들은 자신들이 창조론의 후예가 아니라고 공개선언하고 있고 성서무오설을 주장하며 창조론을 믿고 있는 기독교 우파는 지적설계이론을 목을 메고 지지하고 있으니 뭐가 뭔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상황입니다.   

 

기원이야 어찌됐든 지적설계이론은 진화론에 대적하는 기독교 우파의 새 무기로써 현재 미국 시애틀과 워싱턴 DC 두 곳에 연구소를 두고 있는 Discovery Institute 라는 조직에 의해 유포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조직이 연구소인지 종교단체인지 아니면 비주류 과학자들의 동아리인지 잘 가늠이 안됩니다. Center for Science and Culture 라는 재미있는 로고를 가지고 있는 이 단체의 홈피 한 Section(Academic Freedom)에 주목할 만한 수상쩍은 글귀들이 있어 옮겨 봅니다.

 

Across America, the freedom of scientists, teachers, and students to question Darwin is coming under increasing attack by what can only be called Darwinian fundamentalists. These self-appointed defenders of the theory of evolution are waging a malicious campaign to demonize and blacklist anyone who disagrees with them.

 

Free speech and academic freedom are cherished principles in America. They are too important to be sacrificed to the intolerant demands of extremists on any issue.

 

“‘다윈 근본주의자’들에 의해 과학자 교사 학생들이 진화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자유마저 갈수록 자심한 공격을 받고 있으며, 이들은 자기들에게 동의하지 않는 모든 이들을 마녀사냥 하는데 혈안이 돼있다” 는 과격한 문장에서 보듯이 이들은 과학자 조직이라기 보다는 패러다임 전쟁을 선포하고 있는 투쟁적 종교단체의 성격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두 번째 문장에서는 한층 극우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학문과 표현의 자유는 어떤 이유로도 포기될 수 없는 미국의 원리적 가치”라는 이 주장은 미국 극우파의 논리와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이 극우세력과 조직적으로 연계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문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식의 표현이 금기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수정헌법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미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원성 때문에 증오와 차별을 선전하는 표현을 금기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지적설계이론이 표현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자연과학분야에서 공인된 이론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과학의 정론 중 하나로 선택되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마치 자유로운 표현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탄압을 받고 있는 것처럼 왜곡된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欲駭?별 상관도 없는, 증오와 차별 선전방지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사회적 제한’을 표현자유탄압이라는 개념과 연계시키는 것으로 볼 때 이들이 어떤 이념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되기도 합니다. .         

 

중요한 것은 창조론이건 지적설계이론이건 히브리경전의 창조설화를 바탕으로 한 종교적 주장일 뿐이지 실증이 가능한 과학이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神政국가(그것도 기독교 근본주의나 복음주의에 입각한)를 선포하고 과학방법론의 패러다임을 중세기식으로 되돌려 놓지 않는 한 이 종교적 주장을 교육교과교재로 채택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미 과학자들은 창조론이건 지적설계이론이건 이들과 더 이상 쓸데없는 논쟁도 아닌 논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미리 전제했다시피 두 이론은 특정 종교의 당파적 문헌해석 방법론에서 비롯된 ‘상상의 나래’에 불과합니다. 

 

북미사회의 합리적 다수는 이런 종류의 상상의 나래를 정론으로 공인해 줄 것을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는 미국Christian Fundamentalist들과 일부 Evangelist들을 Moron 이라고 부릅니다. 몇 해전 캐나다 연방 수상비서실의 고위당국자가 공개석상에서 부시를 가리켜 Moron이라고 조롱했다 해서 양국간의 외교문제로 비화된 적도 있습니다.

 

Moron 이라는 단어는 이미 본래의 사전적 의미를 벗어나 ‘종교신앙과 같은 지극히 주관적인 고백적 가치를 일반적 진리로 착각하고 다른 주관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타인들에게 강요하는 유치한 행위를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착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이들의 행위가 ‘인지상태에서 행하는 고의적 잘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제 생각에 대한 반론이 아니라(반론은 이미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많이 들었습니다) 창조론을 성서무오의 입장에서 믿고 계신 분들이 지적설계이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북미에서는 이 이론으로 말미암아 보수 기독교 내부의 일부 근본주의자들과 수정론자들 사이에 싸움박질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합니다.

 

성서 해석에 있어서 고전적 문자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측의 눈에는 창조주를 설계자로 격하시키고, 그 설계자로서의 신의 존재마저 ‘불가지’라는 입장아래 이론내부에 정론으로 포함시키지 않은 이 무엄한 수정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아직 심각한 대립의 양상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는 한국의 대부분의 보수 기독교인들도 그 흔들림 없이 충성스러운 신앙으로 미루어 미국의 정통근본주의자(지적설계이론 지지자들과 개념적으로 구분하기 위해 제가 임시로 만들어 낸 비공식 용어입니다)들과 마찬가지로 이 지적설계이론이 기독교를 파괴하려는 사탄의 공세에 굴복한 비겁한 변절이론이라고 비난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저는 아직까지 한국의 보수기독교인들 중 근본주의적 시각에서 이 지적설계이론이 ‘성경말씀’을 무엄할 정도로 일탈한 것에 대해 격렬히 비난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보수 기독교는 성서무오설에 입각한 기존의 창조론을 포기하고 스스로 수정이론임을 선포한 이 지적설계이론을 새 정론으로 채택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 여부가 매우 궁금합니다.

스스로 정통보수라고 생각하시는 목사님들이나 교우님들의 답변을 기대합니다.

 

추신:

 

• 사실 이 문제는 전문가이신 ‘종교’님에게 개인적으로 조언을 구할까 하다가 생각을 바꾸어 목사님들에게 공개질문 드립니다. 현장에서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목사님들의 생동감 있고 진지한 견해를 듣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이 질문은 곧 모국의 대표적 진보교단(요새는 진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가 쑥쓰러울 정도로 보수화되고 있지만)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목사님들께도 이 교단의 총회 게시판을 통해 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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