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진에 까맣게 물든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충실한 가장의 역할도 못하면서, 소위 시를 쓴다는 핑계로 시인의 입장에 서 본다는 것은 저 같은 사람에게는 참으로 오만한 발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억지로 그 입장을 되새겨보면, 삶 속에 우리가 빚어내는 욕망은 참으로 사소하고도 이상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세상 속에 살아가게 합니다. 왜냐하면, 시인도 하루 세끼 밥을 걱정해야 하는 존재이기에... 좋던, 싫던 그것이 삶을 엮어가는 명백한 힘임을 부정치 못합니다. 그래서 많은 시인들이 차라리 승천하는 모습으로 케묵은 하늘에 대항하는지도 모르구요. 문득, 강은교 시인의 시 한구절이 떠오릅니다. "삶은 얼마나 가혹한가 햇빛은 얼마나 뜻없는가" - 시, ' 어떤 흐린 날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