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람에
멀리도 날아 왔구나
정처 없어라
거친 바람에
흰 휴지처럼 구겨진 채 날려와
한순간
철조망 울타리에 걸쳐
안과 밖을 넘나들며
험하게 울고 있네
두 눈 부릅뜨고
피투성이로 움켜 쥔 손,
다신 날고 싶지 않아
더는 날리우고 싶지 않아
부르르 떨리는 노랠 부르네
바람아,
이 모진 바람아
제발 날 놓아줘.
어제도 있었고
내일도 있을
그걸로 족한 그리움 그대로...
(2004.바람 몹시 부는 날,밴프가는 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