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자유게시판
나누는 술 한잔이 그리운 시간에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411 작성일 2004-03-10 17:23 조회수 1654

시대가 하수상 하다 보니... 생활(生活)이란 틀 안에서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자연,경계를 하게되고 알게 모르게
이해관계의 념(念)이 앞서게 된다.

 

경우에 따라선 상대를 위한 작위적인 공감도 하게 되고
의식적으로 만들어진 웃음과 급조된 변설(辯說)로 상대의 의중을
살피기에 급급해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가슴 한편에는 씁쓸한 만남의 멍울들을 지울 길
없어 이 헛헛한 세상이 안겨다주는 어쩔 수 없는 처량함을
삶의 흔적으로 마음에 새기는 아픔이 종종 있게되는 것이다.

그런 자괴의 념(念)을 지닌 채, 오랜만에 이백(李白)의 시편들을 읽어보았다.


대체로 그의 시편들에는 분방한 감정의 적극적 방류와 지나친 낭만의 서정에 편류하고 있다는 비판적 느낌이 없지 않으나,그 꾸밈없는 인간적 정취로 자연스레 발산되는 시흥에서 구애받지 않는 한 자연인의 진솔(眞率)한 삶의 양식을 엿보게 된다.

 

그같은 그의 시편중에, 지극히 단아하면서도 시적정취 그윽한
천의무봉(天依無縫)의 마음을 담은 시 한편이 있어,
세상만사를 잊고 그 시향(詩香)에 흠뻑 젖어본다.

 

 

                       대작(對酌)
                                              이백(李白)


     둘이서 마시노라니                兩人對酌山花開
     산에는 꽃이 피어오르고 

        

     한 잔 한 잔 기울이다 보니        一杯一杯復一杯
     끝없는 한 잔

 

     나,이제 취했으니 그만 자려네     我醉欲眠卿且去
     자넨 갔다가
          
     내일 아침 마음 내키면            明朝有意抱琴來
     거문고 안고 오게나그려


 
간명한 칠언절구(七言絶句)로 된 이 시의 원제(原題)는
산중여유인대작[ 山中與幽 人對酌 ] 이다.
뜻인 즉,

 

산중(山中)에서 유인(幽人: 山中에 은거하는 이 )과 술잔을 나눈다는 내용이다. 지극히 평범한 언어의 나열이되,더 할 수 없는 멋으로 가득찬 절창이다.


시 전편에 교교(皎皎)한 달빛처럼 흐르는 자연과의 조화로움,그리고 그 안에 존재한 인간으로서 인간을 지순하게 사랑하는 마음이 구구절절 넘쳐흐른다.

 

일체의 대립은 없고,더우기 인위적인 작심(作心)의 내포가 있을리 없다.


단지,사람도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에 순응하여 살 뿐이라 사람을 사귀되, 하등의 걸림이 없고 꾸밈없는 인간의 맑은 정(情)만이 소담스레 살아 숨쉰다.


자연 속에 꽃 피고 짐이 모두가 저절로 이듯,더불어 함께 마시고 싶으니 마실 뿐,거기에는 아무 다른 눈초리가 없는 것이다.

 

도중에 벗에게 말하길, 취해서 졸리우니 내일 다시 오라고 한다.
이것은 도연명(陶淵明)의 시구(詩句)에서 따온 말이긴 하지만,
말하는 이에게 다른 뜻이 있음도 아니고 듣는 쪽도 물론
자연스럽게 들어줌을 알 수 있다.


특히 결구(結句)에 있어,

뜻이 있거든 거문고 들고 다시 오라는 표현은...

 
그 은근한 정(情)이 지니는 깊은 멋이 기나긴 여운이 되어 마음을

더욱 사로 잡게 되는 것이다.

 

모름지기 한 세상 살면서, 사람을 대함이 이 같아야 할 것을...

 

새삼, 날이 갈 수록 초라해지는 나 자신의 냉냉한 마음가짐이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문득 언젠가 고국의 방배동 시(詩)까페, '랑데뷰'에서 함께 자리했던  몇몇 그리운 문우(文友)들이 보고 싶어진다.

 

봄향기 그윽해지는 이 계절에...
                                                            


                                                                                                  

 

 


0           0
 
다음글 re: 옆집에서 나는 소음에 관해서...
이전글 캐서린 리님을 찾습니다. 전에 알터미스넷에서 일하셨던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식료품, 주류, 식당 식..
  드라이브 쓰루, 경적 울렸다고 ..
  앞 트럭에서 떨어진 소파 의자 .. +1
  (CN 주말 단신) 앨버타 실업..
  (CN 주말 단신) 우체국 파업..
  “나는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
  RCMP, 경찰 합동 작전, 수..
  연말연시 우편대란 결국 현실화 ..
  캐나다 우편대란 오나…우체국 노..
  주정부, 시골 지자체 RCMP ..
  현충일 캘거리 각지 추모행사 진..
  캘거리 트랜짓, 내년 수익 3,..
자유게시판 조회건수 Top 90
  캘거리에 X 미용실 사장 XXX 어..
  쿠바여행 가실 분만 보세요 (몇 가..
  [oo치킨] 에이 X발, 누가 캘거리에..
  이곳 캘거리에서 상처뿐이네요. ..
  한국방송보는 tvpad2 구입후기 입니..
추천건수 Top 30
  [답글][re] 취업비자를 받기위해 준비..
  "천안함은 격침됐다" 그런데......
  1980 년 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답글][re] 토마님: 진화론은 "사실..
  [답글][re]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반대건수 Top 30
  재외동포분들께서도 뮤지컬 '박정희..
  설문조사) 씨엔 드림 운영에..
  [답글][답글]악플을 즐기는 분들은 이..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글에 추천..
  한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9...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