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화(事物化)된 일상의 부피여, 너는 얼마나 이지적인 모습인가.
무관심이여, 너는 얼마나 돋보이는 모습인가.
사랑이 없는 거리여, 너는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그런데도, 생각해야 할 아무런 슬픔이 없다면...
차라리 조용히 시드는 하찮은 꽃 한송이에서나
인생(人生)을 찾아 볼 일.
꽃은 시들어도, 떨어져 죽지 않을 씨앗을 최후까지
그 가슴에 품고 있지 아니한가.
그러나, 눈물없이 사는 것이 미덕인 이 차가운 시대에,
하루 종일 먹고 사는 일에 매달리는 것만이
거룩한 시대에,
모든 빛나는 것들은 잊어버리고
오직
욕망에 튼튼한 몸만을 믿는,
이 번잡한 거리의 한 복판에서는
그것처럼 종교적인 것도 없는 것을.
그 누가 굳이 슬픔을 말하라면,
우리가 그 안에서 지금까지 스스럼없이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섬뜩한 느낌만이
현실의 신앙인 것을.
아, 때는 바야흐로 물신(物神)의 시대.
꿈결같은 시(詩)가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외치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