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그리고 그대/안희선 봄날에 휘어진 한 목마름이 촉촉한 빗방울 되어, 가슴 적시는 날. 먼 산길따라 꿈처럼 핀 꽃들의 향기가 맑은 물방울에 실려 내 마음에 전해진다. 이윽고 고요한 목소리로 영혼에 스며드는 사랑은, 먼 그대의 속삭임. 그리움의 숲 속에서 푸른 사람들처럼 서있는 나무들. 아, 비에 젖은 추억은 그들을 닮아있다. 오래 전에 마주쳤던 깊은 눈동자는 그 정겨웠던 풍경에 눈물 맺혀 그렁이고. 아픔 가득한 세상의 짓눌린 삶에서도, 내 모든 믿음같은 그대. 아, 나는 그대를 좇아 가리라. 이 비 그치고 환한 하늘 아래, 그대가 나를 위해 멈출 때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