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벽 위에 습관적 덧칠을 하는
헛헛한 몸짓이 대책없이 슬퍼질 때에
꿈으로 치닫던 소망은
비밀스런 절망에서나 숨겨둘 수 있는 나를
촘촘히 메꾸어 간다
말을 잊은 사람들은 이미 세월 저 너머
잔잔한 물결같은 시선을 그들의 몫으로 받았다
멀어져 가는 그들의 연민을 때묻은 낱말 몇개로
감추려다가 나도 모르게,
무심하게 다가선 봄날에 창(窓)을 열었다
차라리 봄이 한창이라 흐뭇해 하는 대지는
고향의 파아란 하늘처럼 솔직한 옷을 입었다
나, 이제
사랑하는 이에 관해 침묵하며
괄호 안에 깜박이던
이른 아침의 외로운 기도를
겨우 내내 감지못했던 머리의 비듬을 털듯
그렇게 올릴 참이다
먼지 낀 유리창 너머
사라지는 겨울의 옷자락에
뉘우침과 허물을 실어 보내며
숱한 골짜기의 세계를 그리기 위해
또 다시 생명의 달콤한 핵심을
휑하니 빈 가슴에 찍을 참이다
비록 세월이
그곳에서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담담하게 새길 참이다
아주, 환한 봄날에 창(窓)을 열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