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갈비를 썬다
잘 잰 소갈비를 철판 위에 올리고
아내는 갈비를 굽는다.
참숯이 이글 거리고
한번씩 갈비를 뒤집어 준다.
맛 있는 연기가 피어오르면
아내는 가위로 갈비를 썬다.
뭉그러진 어깨와 부르튼 손으로
갈비를 썬다.
더 이상 소용 없는 자존심을 썰고
읽지 않는 연애편지를 썰고
기억 나지 않는 피리소리를 썬다.
굶주린 일상을 썬다.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주저앉고도 싶지만
대낮부터 밤 늦도록
갈비를 썬다 .
두 아들을 어깨에 메고
갈비집에서 갈비를 썬다.
이마의 땀을 닦고 허리를 편다.
매캐한 연기 너머 창 밖으로
물오른 버드나무 잔 가지마다
초록 빛 봄이 뚝뚝 떨어 지는 날,
아내는 갈비를 썬다.
아내는 기운이 세다
아내는 갈비를 참 잘 썬다. ( 2004 .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