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림 일 기
무더운여름이었는데그때왜내가외가에혼자떨어져있게되었는지는모
르지만시골엔외할머니가계셨고난또래아이들과산과들로지게지고소
몰고뛰어다니고외할머니는내서울말을좋아했지만난어느새어눌한사
투리가익숙하고밭에서여치를잡아잠자리랑같이여치집에넣어뒀더니
다음날에잠자리는사라지고투명한날개만섬뜩하게남아그날난여치의
서늘한초록색이너무나무서웠고근데엄마는왜그리오질않는건지보고
싶으면뒷동산에올라머얼리미류나무양쪽에거느린신작로는냇물을끼
고금강으로흘러가고우리가어깨동무하고깔긴오줌줄기도힘차게따라
서가고그때도한번흘러간것은돌아오지않았고물고기들은가끔씩햇살
위로뛰어올라번쩍이며퍼득이고그놈은어제내고무신에서달아난버들
치가분명한걸나도따라자맥질로깊은숨몰아튀어오르면구릿빛비늘이
온몸에서부서져내리는데엄마는왜안오는건지하루에두어번씩버스가
먼지구름을일으키며우당탕지나갈때가끔씩내린사람들은무심히토끼
재너머건너마을로사라지고찔끔눈물이나면마을엔저녁밥짓는냄새고
구마밥냄새가깔리는데모깃불연기가일어나면등잔밑으로기다림의하
루는가고방학이끝나갈무렵인가어느햇살허벌나게좋던날좁다란나무
다리를건너구비구비올라오는엄마가보였고내가슴은쿵쿵방망이질해
대는데숨차도록엄마를되내이다그렇게기다렸던엄마가이윽고싸리울
밖까지거진다왔을땐내얼굴은벌겋게왜그랬을까나는너무나엄마보기
가부끄러웠고후다닥뛰어뒷광으로숨어들어땔나무더미에바싹움크려
들꿩처럼두손으로낯을가린채잔솔가지짙은향에아련히묻히는데외할
머니는날찾아내등을토닥거려주시고마침내살며시눈들어차마바라본
엄마의그큰미소는얼마나환하고눈부셨는지그땐매미울음소리도멈추
고모든것이정지된채깊은꽃내음이배경에가득흐드러지고있었고나는
지순한아들이되어있었지아주자그마한아들이되어있었지늦은여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