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호의 피 흘리는 마을
샤갈이 흐느적 몸을 일으켜
말없이 고호의 남은 귀 마저 잘랐다.
시원해 보였다.
귀가 녹아 내렸다.
마른 수수 잎을 주워 흐르는 피를 문질러 닦는다.
너희들이 여긴 왠 일이냐고 물으니 누구냐 되묻는다.
정신 나간 놈들, 지금이 어느 땐데……
미친 놈들이다!
저녁 무렵이면 저런 놈들이 기승이다.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별일 아니어서 돌 밭으로 수수깡을 던졌다.
바스락 소리가 구르며
한번 죽었던 아이들이 눈을 떴다 감는다.
세상에 부활할 이유는 없었다.
누군가 안 죽은 척 기도하고 있을 때
모래언덕 너머 총알 장전하는 소리 들렸다.
총 소리가 자살처럼 빵 났다.
원래 죽어 있던 놈이다.
모래 틈새로 피가 샘처럼 솟아 오른다.
멀리서 죽은 자들이 만세 부르듯 군무를 춘다.
후덥지근한 모래바람이 좆 같았다.
마을 위로는
달빛에 그슬린 까마귀, 구름처럼 덮히고
나무 타는 냄새만 따다닥 튀어 오를 때
죽지 못한 귀신 남아 불을 쬐고 있었다.
그림자 이글거린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2006년 9월, 캘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