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에 대한 언급이 조심스러운 것은 이 사건이 가지고 있는 복잡한 시사구조로 인해 함부로 판단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약 두 달 전쯤 한국의 어느 목사님과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을 주고 받은 일이 있습니다. 그 때 저는 그 분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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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1은 어느 쪽으로든 쉽게 결론을 낼 수 있는 단순한 사건이 아닙니다. 사건과 관련된 수 많은 세부사항들간에 연결고리가
실종됐을 뿐 아니라 정황자체가 복잡한 시사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의혹에 대한 조사와 해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일부 유럽언론들이나 Loose Change등이 주장하고 있는 ‘자작극론’과 같은 정치공세적 결론을 둘러싸고 찬반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일단 외부의 테러공격이 이 사건의 기본골격이라는 전제아래, 미국 집권세력?이너써클이 사전에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느냐 하는 것과 사건 전후에 무슨 역할을 했느냐 하는 것을 밝혀내는 일입니다. 이건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의 숨겨져 온 진실과 함께 미국측의 관련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대강이라도 알아낼 수 있는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990 년 8 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당시 바그다드 주재 미국대사였던 April Glaspie 와 1949 년 국무장관 에치슨의 역할은 공개성 여부만 다를 뿐 본질상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Let’em do it’ 은 정보와 군사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강자만이 활용할 수 있는 저강도 유인전략입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수집과 분석 판단능력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 막강한 두 나라 정보기관들의 협조수준은 각각 다른 두 주권국가의 그것으로 보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긴밀하게 밀착돼 있습니다. 조지 터넷 CIA Derector가 모사드의 지시를 받고 있었다는 정보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게 저널리스트들의 일반적인 판단입니다. 파키스탄 무샤라프의 정보기관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9.11 공격을 미국 정보기관이 아무것도 모른 채 앉아서 당했다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이 ‘믿고 싶은 것’ 과 믿는 것’을 혼동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건 직후 사전 정보가 있었다는 럼스펠드의 실언(?)으로 국방부의 실무진들이 라이스 안보보좌관(현 국무장관)을 비롯한 백악관 측으로부터 대 곤욕을 치른 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 음모를 묵인하거나 추진할)무자비한 정치가가 오늘날 존재하겠느냐는 님의 의문에 대한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개인을 움직이는 것은 상식과 양심입니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의 권력을 장악한 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조직의 보존논리와 명분입니다. 일반적인 잣대로 생각하기에 비윤리적인 Mission을 수행해야 할 경우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명분이 소속된 개인들의 도덕적 저항감을 극복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례는 세계역사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보통사람들이 ‘황당하다’ 고 생각하는 것은 일반 개인 과 거대조직의 보존논리 사이에 존재하는 가치판단에 관한 잣대의 차이에서 오는 정서적 괴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9.11이 제 지난 번 제 글의 주제도 아니고 결론을 낼 만큼 판단 자료가 충분한 것도 아니지만 문제제기에 답은 드려야 할 것 같아 언급했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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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넘어 민족을 넘어 서로 존중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바라는 마음은 님이나 저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님처럼
민족주의가 지상이념이 될 수 없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민족주의는 피압박민족의 반제국주의 해방투쟁 과정에서 동족을 결집시킬 수 있는 전략적 이념은
될 수 있어도 지상이념은 될 수 없습니다. 저는 LA 에 있는 동양선교교회가 어떤 노선과 내용으로 미국을 위한 기도회를 했는지는 모르나, 어쨌든
그들이 선택한 새 삶의 터전인 미국을 제 2 의 조국으로 생각하면서 걱정하고 있다면 바람직하고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캐나다나 미국은 다 같이 다원성을 가진 공동체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수 많은 인종과 문화집단이 각자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모범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더 할 수 없이 좋은 조건을 가진 국가들입니다. 다만 이런 모범적 공존은 관용과 상호존중의 바탕아래서야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일부 기독교인들처럼 일요일 마다 수 천명 씩 공개된 장소에 모여 미국은 하나님이 건설한 나라”라고 외치며 문화갈등을 선동하는 전자부흥사들의 구호아래 비장한 단조 군가 풍의 ‘God Bless America”를 소리높여 합창하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는 행동 따위로 이루어 질 수 있는 이상이 결코 아닙니다.
자신이 상처 받았다고 생각하는 주류 기득권은 언제나 특정 소수를 공격대상화 하여 공동체의 재 결집을 시도합니다. 9.11을 매개로 미국의 주류기득권이 벌이고 있는 행동 또한 이런 범주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이런 행동으론 평화적 공존은커녕 극우반동세력이 추진하는 인종-종교전쟁의 파국으로 밖에 갈 길이 愎鳴?생각합니다.
현재 미국의 권력과 그 지지세력인 기독교 우파가 위험한 것은 바로 이런 ‘파국으로 가는 정책’들을 제도화 하고 있거나 하려고 온갖 책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시즘의 조짐이 여기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의 메카로 알려져 왔던 미국이 파시스트국가?전이하는 초보단계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저 나름대로의 상황인식입니다. 저는 남한의 대다수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미사일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을 안 하지만 ‘미국이 파시스트 국가 의 초보단계로 전이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태연할 수 가 없습니다.
9.11 이 외부의 테러공격이건 유인 과 묵인이 개입한 복합적 의미의 정치적 사건이건 양쪽 ‘동질집단’의 천박한 이기주의가 핵심동인입니다. 님이나 저 같이 ‘다양성의 공존’을 소망하는 사람들이 이 사건을 신중하게 바라보고 그 진실의 끝까지 가는 힘겨운 길에 같이 서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일일이 자료를 찾아가며 좀 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제가 요즘 그럴 여유가 없어 일방적인 의견만 개진한 것 같습니다. 마음 불편하게 해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건강하세요.
☞ One World 님께서 남기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