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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독교와 미국 민족주의
작성자 종교     게시물번호 -4807 작성일 2006-09-12 04:31 조회수 625
미국 기독교와 미국 민족주의
 
1. 한국기독교: 미국식 기독교의 신봉자들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새벽에 케이블 54번 채널서 한국인 목사님의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유심이 들어보니 미국은 기독교 국가라서 너무나 축복받은 나라라고 했습니다. 그 축복받은 나라에 자기가 목사노릇을 하니 자기 역시 얼마나 축복을 많이 받았으며 감사한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또 몇 년 전의 일입니다. 한국의 어느 유명교회 홈페이지에서 어느 목사님이 유창한 영어 발음으로 어느 미국인 목사의 설교인지 부시의 연설인지는 기억이 분명하지 않지만 그것을 번역하면서 영어 강의를 하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서 보았습니다. 이 분은 부쉬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자신은 기독교인이고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해서 그가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2. 미국식 애국심과 시민종교
미국의 대통령들은 수시로 God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그런데도 다인종국가에서 야웨 하나님이니, 예수님이니 할 정도로 기독교적 용어를 남발하는 어리석은 대통령은 없습니다. 그런데 특정종교를 지향하지 않은 이 발언이 미국인을 뭉치게 하는 상징적 역할을 합니다. 이런 현상을 로버트 벨라 같은 사회학자는 “시민종교” (civil religion)라고 이름을 짓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종교와 정치가 결합된 형태를 지칭합니다. 종교와 정치가 독자적 조직을 유지하면서도, 서로의 정당성(legitimacy)을 인정해 주는 형태가 바로 시민종교라는 것입니다. 일국의 대통령이 자기 대통령직의 정당성을 신의 이름으로 보증받는다는 것은 초월적 실재가 정치에도 얼마나 깊이 관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반대로 종교도 이런 정치적 인정을 통해서 자기의 정당성을 보증받을 수 있겠지요. 정치와 종교가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로버트 벨라의 논지를 따라가든 그렇지 않든 미국인이 God라는 말을 좋아는 하는 것같습니다. God라는 이름으로 뭉친 미국은 신이 선택한 땅 (America is God’s chosen nation)이라 성스럽고 (sacred)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선택된 민족이 됩니다. 신의 이름으로 민주주의가 시행되고, 미국은 세계의 횃불이며 축복이라고 믿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월남전에서 죽은 수많은 흑인들도 이 말을 믿으면서 죽었는지는 모릅니다.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정도로 인종차별이 심한 곳에서 미국이라는 선민의식에 경도되어 자기 목숨을 초개처럼 흑인들이 버렸다면 믿을만한가요? 어쨌든 가난하고 빽없는 흑인들이 베트남 전쟁에서 죽어 갔지요.

그런데 저는 시민종교를 독립적 현상으로라는 말을 받아들이기가 힘들 것같습니다. 즉 시민종교라는 독특한 현상을 연구할 정도로 독립적인 현상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말이 시민종교이지 이것은 기독교의 가면에 불과하지 않은가 하는 것입니다. 기독교라는 깃발은 잠시 내리고 신의 이름으로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이 뭉칠 이데올리기적 통합의 기제로서 God가 남용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3. 한국인을 대표하는 민족종교가 없다.
미국에서 한국인의 70%가 넘는 사람들이 기독교인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통계는 일전에 검색했는데 80%라고 하고 싶었지만, 70%라고 하면 문헌적 근거를 밝히지 않아도 자신할 수 있을 것같아서 70%라고 했습니다.
 
왜 이렇게 미국에서 한인들이 기독교인들이 많을까요? 한국에서 몰려오는 사람들이 기독교인들이 많다는 공급의 우위와 이민지라는 곳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기독교인들이 만들어 놓은 종교 인프라를 거부하며 살기 힘들다는 현실적 요청이 기독교인들의 수 증가에 기여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한국에는 민족종교라고 지칭할 수 있는 종교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단군신화에 근거한 대종교가 있지만, 일제 때 반짝거리다가 해방 후에는 기독교에 의해 단군상마저 난도질을 당하는 형국입니다. 그러므로 한국인 이민자가 영어라는 언어적 장벽을 제외하고는 쉽게 미국의 기독교 문화에 흡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힌두교도, 무슬림, 시크교도를 비교하면 한국인과 한국의 민족종교의 연관성이 얼마나 적은지 짐작하실 수 있습니다.
 
4. 한국인과 기독교인
그런 한국인들이 미국 문화에 쉽게 동화해서 미국인이 된다는 것은 종교가 사회 통합에 기여한다고 주장한 뒤르켐의 이론이 딱 맞아 떨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통합의 이데올리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한국인들의 미국식 보수 복음주의적 신념이 아닐까요? 그들은 겉으로 보면 전혀 정치적이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서구적 가치와 기독교적 이념이 결합된 이데올로기가 있다고 하면 지나친 판단일까요? 위의 두 예에서 보여 주듯이, 미국의 안녕과 질서를 위해서 찬양과 기도하는 그들은 바로 미국의 선민의식의 이데올로기를 제공한 우파적 기독교인들이 아닐까요? 이런 점에서 우리는 유럽의 evangelicalism과 미국의 evangelicalism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자가 중도우파적이라면 후자는 근본주의적인 종교적 신념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한국의 기독교 서점에 가보십시오. 여러분이 진보적 신학과 보수적 신학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이 있다면, 보수 복음주의적 책의 거의 100%가 미국산이라는 데에 놀랄 것입니다. 그 생산품을 소비한 한국인들이 바로 한국 기독교인들이요, 이러한 생산품이 역수입되어 미국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미국의 한국 기독교회들입니다.
 
5. 한국의 기독교는 배타적 기독교 상징체계의 제국주의적 확산의 산물
수많은 한국인 학자들이 기독교 성장의 비결을 혼합주의 (syncretism)라고 주장합니다. 이 주장은 확고한 이론으로 정착되어 여기에 대한 비판은 우스운 꼴이 될 지경입니다.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종교적으로,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황폐한 곳에 배타적 기독교의 신념체계가 확산된 결과가 기독교 성장의 비결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마치 땅따먹기 하듯이 한국의 종교 지형에 기독교의 십자가를 꽂아 놓아 다 차지한 형국입니다. 영화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이 주연한 영화 Far and Away의 마지막 장면을 본 분들이라면 저의 주장을 빙그레 웃으면서 이해하실 것입니다.
 
이렇게 미국식 기독교가 한국에 전파된 이후, 약간의 차이가 있는지는 몰라도 미국과 한국 교회의 차이를 별로 발견하지 못하겠습니다. 밥먹는 습관과 물마실 때 후루륵 소리를 내는 정도의 차이는 있는지 몰라도 아무런 차별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부쉬가 기독교 전도사로 찬양받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所以然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잠재적 미국 시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미국이 melting pot이라고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이 melting pot이라는 말이 한국인에게 가장 잘 적용되는 듯합니다. 이것이 좋다 나쁘다 하는 가치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한국기독교인들과 미국 이민자들은 미국식 민족주의와 미국식 기독교의 전초기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우기가 쉽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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