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은 슬픔의 향기를 느껴 보아라
지친 삶의 그늘 아래 누워 보아라
나만의 외로운 손길이라도 좋을 것이다
그 누구의 사랑도 될 수 없는
손길이라 할지라도,
이젠
따뜻한 체온이 없는 시린 가슴에
차가운 시간이 가득한 머리에
가버린 사랑이 눈물어린 눈 위에
저 무심한 빗방울처럼
그냥,
흘러가게 하여 보아라
무엇을 슬퍼하느냐
삶의 톱니바퀴는 바로 나 자신인 것을
비 오는 날 항상 그래왔듯이 비를 맞는다
차가운 빗줄기는 내 안의 쓸쓸한 피가 되어
꿈같은 시간을 더듬는 느낌이 되고
먼 기억으로 부터 출발한
외로움의 질긴 끈이 나를 감쌀 때,
스스로의 기나 긴 포옹 끝에
주워지는 한 의미는
한 줄기 고요한 흐름이 되어,
잃은 사랑을 닮은 별빛이 되어,
텅 빈 나의 방 안에 밤새도록 흘러간다
허기진 삶의 그늘 아래
그래서 더욱 향기로운,
슬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