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를 미는 저녁 / 조선영
내가 넓은 양푼이에
밀가루 반죽을 치대면
하루의 이야기를 잔잔히 늘어놓으며
잘곰잘곰 찬물을 끼얹어줄
당신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넓은 나무 도마에
마른 밀가루를 솔솔 뿌려놓고
그 믿음직한 팔뚝으로
밀방망이를 쭉쭉 밀어 붙이면
학교 운동장처럼 넓어지는
칼국수 맛 쫀득해지는 저녁
무논 서마지기가 이렇게
미는대로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허허허 웃던 당신
내가 애호박채를 썰 동안
칼국수 국물이 부르르
사랑처럼 뜨겁게 끓어 넘칠때
남비 뚜껑을 열다 말고
앗 뜨거 내귀부터 잡던 당신
후루룩 후루룩 별거 아니래도
별미처럼 맛나게 먹어주며
당신의 영토를 칼국수처럼
넓게 밀어 부치진 못하였지만
긴 면발처럼 길게 한번 살아보자던
칼국수를 미는 저녁이면
떠난 당신이 그립다
밀가루 반죽을 치대면
하루의 이야기를 잔잔히 늘어놓으며
잘곰잘곰 찬물을 끼얹어줄
당신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넓은 나무 도마에
마른 밀가루를 솔솔 뿌려놓고
그 믿음직한 팔뚝으로
밀방망이를 쭉쭉 밀어 붙이면
학교 운동장처럼 넓어지는
칼국수 맛 쫀득해지는 저녁
무논 서마지기가 이렇게
미는대로 넓어졌으면 좋겠다고
허허허 웃던 당신
내가 애호박채를 썰 동안
칼국수 국물이 부르르
사랑처럼 뜨겁게 끓어 넘칠때
남비 뚜껑을 열다 말고
앗 뜨거 내귀부터 잡던 당신
후루룩 후루룩 별거 아니래도
별미처럼 맛나게 먹어주며
당신의 영토를 칼국수처럼
넓게 밀어 부치진 못하였지만
긴 면발처럼 길게 한번 살아보자던
칼국수를 미는 저녁이면
떠난 당신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