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머신으로 확인해 보니 A한테 받을 돈이 들어와 있어 B한테 돈을 갚아도 되겠구나 하고 수표를 한장 써주었다.
저녁 무렵 공과금을 내러 은행에 갔더니 A한테 받은 돈은 일주일 후에나 쓸수 있다고 한다. 수표란것은 지불을 약속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확인 절차가 필요하고 금액이 큰 경우에는 시일이 더 걸릴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확인 절차후에 금액을 내 계좌에 넣지 왜 확인 전에 넣었느냐 하니 크레딧은 수표를 받을 때 발생한다고 한다.
간단히 얘기하면 크레딧은 수표를 받을 때 발생하니 ATM 머신은 내 계좌에 그 금액이 있는 것으로 표시하나 실제로 확인 작업이 끝나기
전에는 사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이해가 가질 않았다. ATM 머신의 잔액을 확인하고 그것을 근거로 B에게 수표를 발행했는데 그 숫자는 계좌에 표현되나
일정 기일 동안 사용할 수 없다면 내 수표가 바운스가 될것이고 그 비용은 내가 물어야 하는데 그렇다는 얘기냐 물으니 그렇다 한다.
다만 이왕 수표를 발행했으니 그 금액만큼만 홀딩을 풀어주겠다 한다. 내가 정확히 A에게 받은 금액만큼 B에게 수표를
끊어주었어도 홀딩을 풀어줄것이냐 하니 그건 금액이 커서 곤란하다 한다.
정말 확실히 알고 하는 얘기냐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 했더니 계좌를 틀때 사인하는 계약서를 들고
온다. 수표를 현금화 하는데 3일에서 6일정도 시간이 걸릴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물어보았다. 그건 나도 알고 있다. 궁금한거는 왜 니네 볼일 다 본후 계좌에 잔고 표시를 하지 않고 쓸 수도 없는 돈을 계좌에
표시하느냐 하는 것이다. 내가 공과금을 내러 오지 않았더라면 몰랐을거 아니냐 하였더니
매니저가 나왔다. 또 다시 계약서를 들고 나온다. 이유 없이 슬슬 열이 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지난 이민
생활동안 이를 악물고 마인트 콘트롤에 매진한 결과 한국에서처럼 언성을 높이는 버릇은 나오지 않았다.
떠들고 있는 매니저 입을 쳐다보다가 팔리시 단어를 듣고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천천히 등을 돌렸다. 그리고 걸어나왔다. 큰일은
아니었다. 비즈니스 경력이 없는 나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라 궁금했을 따름이다. 근데 결국에는 또다시 규정이라는데에 귀착한다. 그 규정이
싫으면 그 은행을 이용하지 않으면 된다는 결론이다. 문제는 그 매니저가 말하듯이 모든 은행이 같은 팔리시를 가진다 한다. 사실
여부는 모르나 정말 그렇다면 지겨운 일이다.
이러한 자질구레한 팔러시들은 고객과의 계약서에 표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것들을
개무시하다가 이민 초창기에 몇번 당한적이 있어 그후에는 나름대로 룰을 따르려 노력하며 살고 있다. 근데 가끔 숨이
막힌다는 생각이 든다.
계약서에 없는 것들도 있기는 하다. 이십불짜리 지폐를 도안이 같은 방향으로 맞추지 아니하면 다시 맞추어 오던지 아니면
입금시킬수 없다 한다. 나는 계좌를 오픈하면서 그런 계약을 하지 않았는데 왜 그래야 하느냐라는 주장은 일면 정당하나 주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기 쉽상이다.
팀홀튼스에서 서빙 보던 학생이 받은 돈을 틸에 넣지 않고 돈을 손에 든채로 고객의 주문을 치다가
호되게 욕먹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그때 주로 나온말들도 팔러시였다. 구체적인 규정들이 있으니 일시키기는 좋은듯 하다. 그
학생은 그 당시 숨이 안막혔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헬퍼와 같은 돈을 버는 한이 있어도 업주가 되고 볼일이다.
처음 이민 와서는 소송을 걸고 당하고 하는걸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던 옆집 커피숍 사장같은 사람들을 별종이라
여겼었다.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소송은 아주 건전한 문제 해결 방식중 하나다.
은행에서 집에 오면서 행장에게 편지를 한통 써볼까하는 생각을 잠깐 하였다. 늘 그렇듯이 곧 사라지는
생각들이다. 생각들은 금방 사라지지만 갑갑함은 그렇지 않다.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캐나다 생활이 여전히 갑갑하게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