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개의 힘
어떤 이는 바다 사자라고 했고 누군가는 펭귄 이라고 했다. 배를 깔고 아스팔트 위를 기어 다니는 걸 보면 펭귄은 아닌 듯 하다. 처음 본 게 언젠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는 처음부터 아슬아슬하게 검은 도로 위를 기어 다녔다. 그렇게만 전해 진다. 달리는 자동차들도 그를 해치지 않는 걸 보면 그에겐 남모를 뭔가가 있는지 모른다. 물개는 힘이 세다. 햇볕 쏟아져 등 따가워도 꾸역꾸역 아스팔트 위를 기어가고 있다. 두 다리는 짧게 퇴화 되며 한 데 붙어 간다.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한 때는 바다를 자유로이 유영하고 다녔다는 소문도 있지만 믿을만한 건 못 된다. 바다 같은 것이 있다는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 왜 그 좋은 바다로 돌아가지 않느냐고 비아냥대면 쓸린 배가 아파서 꿈도 꿀 수 없다고 답 한다. 바닷물에는 염분이 많다는 거다. 말이 된다 싶기도 하지만 믿거나 말거나다. 더더욱 믿기 힘든 것은 바로 그가 말더듬이 이기 때문이다. 이런 종에서는 곡예를 부리는 개체도 더러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신빙성은 없다. 그는 상체를 제대로 세우지도 못한다는 걸 다들 뻔히 알고 있다. 그에게는 생식기가 없다. 닳아 없어졌거나 누군가 빼 간 모양이다. 그가 몸을 일으키지 않거나 못하는 이유이자, 사람들에게 주목 받지 않고 기어 다닐 수 있는 까닭 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몇몇 사람들은 무척 미안한 얼굴로 둘러 보곤 한다. 더 이상 쓸모 없어 때론 안전 하다. 직접 까보진 못했으니 이도 확실하진 않다. 그는 오늘도 아스팔트 위를 기어 간다. 어디를 향해 가는 것 같지는 않다. 내일이면 이 자리에 또 낙엽 쓸 듯 기어 가고 있을 것이다. 그나 저나 눈깔이 왜 저리도 커 보이는지 모르겠다. 너무 검게 꿈벅거린다.
(2006. 10. 04. 캘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