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국
'뜨는' 일본 '기는' 한국
우리는 ‘동북아 중심국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향해 가고
있는가. 대부분의 국민은 “경기가 최악인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국가 청사진으로 제시한 이들 슬로건에 대해 공감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 오히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갑갑한 현실에
대한 불안감과 답답함을 토로한다.
외국인들조차 “현실성을 결여한 정치적 청사진”이라고 혹평한다. 과거 정치적 동기에서 출발한 세계화 정책이 외환위기를
만들었듯이 지금 같은 착각 속에서 추진하는 화려한 정부 계획들은 또 다른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다수 서민들은 자연히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 하루하루 ‘삶과의 투쟁’에 힘겨워 할 뿐이다. 그러나 고개를 조금만
옆으로 돌리면 상황은 딴판이다.
이웃나라 중국은 9%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질주하고 있다. 초고속 성장의 중국 경제는 전세계에 원자재 파동을
불러올 정도로 중국 전역이 거대한 공사판으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양적 팽창에 안주하지 않고 경제의 질적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질주의 끝에는 2020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양강(兩强) 체제를 만들겠다는 거대한
포부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도 이미 재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장기불황을 끝내고 회복기에 들어선 일본은 ‘세계
제2 경제대국’의 위상과 영향력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처럼 동북아시아에서는 한국만 외톨이 신세가 되는 ‘21세기판 삼국지’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그 1차적 원인은 합리적인 국가 청사진이 없고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지도자들에게 있다는 데
이론(異論)이 없을 것 같다. 지도자가 국민적 역량을 한 데 모아 이끌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가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 지도부는 20년 앞을 내다보는 중장기 경제계획을 수립하고 일사불란하게 이를 추진한다. 이 같은 계획은 곧
국가 전략이자 국민적 비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국가경영 방식은 덩샤오핑 시대에서 장쩌민 시대를 거쳐 후진타오 시대에도
계승되고 있다.
흔히 포퓰리스트(대중인기 영합 정치인)로 비판받는 일본 고이즈미 총리도 ‘21세기 국가비전’이라는 장기적 차원에서
일관된 리더십을 발휘, 김정일과의 전격회담, 자위대 파견 등 인기 없는 정책도 큰 원칙에 따라 과감히 시행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00여개 위원회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국가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국가의 청사진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국민이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비전에 기초한 것이어야
한다. 그 일을 위해 정치 지도자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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