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캘거리대학 학생입니다. 오늘 오후 학교에 가는 전철에서 특이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고급양복은 아니지만 감색 양복을 잘 차려입고 곱슬머리에 안경을 낀 그리고 배가 좀 많이 나온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그 분은 학교신문에서
자주 보던 Harvey Weingarten 총장이었습니다. 캘거리대학교 총장이라면 캘거리에선 열손가락 안에 들만한 유명인사이신데 왠 전철이지
하고 의문이 들었고 곧이어 저의 황당한 예측들이 학교가는 중 계속 줄을 이었습니다.
첫번째 황당 추측, 총장님 전용 차량이 있지만 갑자기 운전사가 아파서 못나왔거나 차가 고장났다. 그러나 아무런 수행비서나 동행이 없이
혼자 덩그러니 좌석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니 이건 좀 아니다 싶었습니다.
두번째 황당 추측, 본인의 차가 없다. 그런데 설마 캘거리에 사는데 차가 없을까? 차는 있는데 주차비 아낄려고 전철을 탔다. 전철
왕복요금이 $4.50인데 여기에 몇불만 더하면 다운타운에 한나절 주차할수 있을텐데, 그리고 공무로 출장나온 거면 비용처리도
가능할텐데.
그러나 결론은 '그냥 탔다'라고 내렸습니다. 자신이 타고 싶으니까 전철이 더 편리하리라 생각했으니까.
총장 취임후 알버타 오일머니 덕분에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고 년간 $801 밀리언을 운용하는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대학의 총장이 수행비서도 없이 전철을 타고 학교로 가는 모습이 저에게는 매우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대학의 총장이라고 해서 전철 타지
말라는 법도 없고 자가용만 타라는 법도 없지만, 과연 한국의 많은 총장님들중에 전철타고 다니시는 분들이 몇분이나 계실까요. 그리고 한국의
국회의원이나 정치인들 선거철이나 언론홍보용을 제외하고 출퇴근시간의 콩나물시루 지하철을 타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어떻게 보면 전철타고 다니는 총장님이 궁상맞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유가 어찌됐든 자신이 필요하고 옳다고 생각하여 행동에 옮길수
있는 용기가 부럽습니다. 캐나다의 모든 것이 그런건 아니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만 않고 사회적으로 허용될수 있는 범위내에선 다른 사람 눈치
안보고 사는 모습이 좋습니다.
가을색이 만연한 오늘같은 날씨가 한달만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