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깊은 방 안엔
오래 전에 써 놓았던
시 한편과
그 주위에 서성이는
이름모를 그림자의 폭풍 같은
몸부림이
의아(疑訝)함으로
온통 뭉개져있어,
살짝 비켜 선 불안한
삶의 조형(造形)은
창문을 통해 침투한
가을빛 내음에
한숨 같은 심호흡을 하고
나는 오로지
무사(無事)한 수면의
달콤한 입맞춤에
포로가 되려하는 이 순간에,
청승맞은 상상력은 최후의 몰입(沒入)을
갈구하고
고단한 삶을 전혀 밑받침 하지 않은 채
풍족한 현실의 개화(開花)를 꿈꾸는,
나의
진저리 쳐지는 깊은 방 안엔
유식한 TV가
핵폭탄의 위협을 강조하는
또 하나의 현실이
현전(現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