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외 정책에 세가지 유형 (three types)이 존재합니다.
매파 (hawks), 비둘기파 (doves), 올빼미파 (owls)
원래 유형론 (typology)이란 현상이나 사태를 이해하기 위한 개념적인 도구지 현실에서 그대로 표상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을
이상형 (ideal type)이라 합니다. 그러니까 미국의 대외정책의 유형이 위의 세가지로 나눠진다고 하더라도 칼로 두부모 자르듯이 선명하게
그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때론 겹칠 때도 많지요.
1) 매파는 전쟁이나 분쟁이 일어나는 경우는 주로 힘의 균형이 약화될 때 일어난다고 봅니다. 그러므로 매파는 “세력에 근거한 평화”
(peace through strength)를 두고 있으므로 미국이 월등한 군사적 힘의 우위를 가질 때 평화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이 쉬끼 너
죽을래, 그러면 상대방이 어매 기죽어 할 거라는 기대죠.
2) 비둘기파는 무모한 무기 경쟁이나 세력확장이 전쟁을 도발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완력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보다는 대화,
회유, 수용을 통한 정책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위의 두 접근 방법은 상대방에 합리적 (rational)이라는 전제를 두고 하는 것입니다. 전자가 상대방을 확 제압하거나 기를 죽여서,
상대방이 무모한 짓을 하지 않게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그 정도는 알아서 긴다는 전제를 깔고 하는 것이며, 후자는 상대방이 그래도 합리적인
존재이니 대화나 타협도 가능하다는 전제를 두고 있습니다.
3) 이와는 달리 올빼미파는 비합리적 요인 (non-rational factors)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기계나 마음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거나, 오해, 실수로 예기치 않게 전쟁이 도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유형은 미국과 소련의 핵 경쟁에서 설득력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요즘은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외 정책의 주류는 매파와 비둘기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 관련해서 미국의 대외 정책이 매파 우위를 가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전쟁 발발, 북한의 계속되는 군비확장, 그리고 핵시험
위협이나 시도는 매파에게 힘을 실어 줘서 북한 고립에 정당성을 부여 했습니다. 이것은 미국 매파만의 전략은 아니었습니다. 김정일 역시 위기즉발의
정책 (policy of brinksmanship)을 지속적으로 해 왔기 때문에 북미간의 관계는 긴장지수가 계속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관계를 더욱 더 오리무중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북한의 극단적 고립 정책입니다. 김정일과 북한에 대한 온갖 정보가 차단당한 상태에서 미국의 정책이
헷갈린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김정일이란 인물을 이상한 괴물처럼 왜곡시키거나 북한을 악마화시켜 언제 도발을 시행할지 모를 나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다행히 김정일 형님이 핵무기 시험을 더 이상 안한다고 중국 소식통이 전하고 있습니다. 6자 회담에도 복귀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개연성이
있다면, 최소한 미국 매파에게나 비둘기파에게나 김정일 정권은 예측 가능한 대상이 됩니다. 즉 합리성에 기초한 정권이라는 것입니다. 김정일 형님도
자기 시위를 할만큼 했고, 미국의 매파적 응징이 더 극단적인 사태를 불러 일으킬지 모른다는 여론이 조성되었으니 한반도 평화 정착이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김정일 형님께서 남한의 발언 기회도 좀 주시면 앞으로 상생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뭣도 모르고 몇 마디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