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으시는 것 같아 나왔습니다. 기왕 나왔으니 반론을 받지 않은 두 가지만 말씀 드리고 나가겠습니다.
북핵논쟁은 자칫 소모적인 polemical argument로 번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새로운 고급정보를 토대로 과학적인 정세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존의 자기관점에서 매몰된 논리로부터 벗어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국을 떠난 지 오래돼 현장감각이 떨어지고
한반도 정세에 어두운 저 같은 경우가 그렇습니다.
북핵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공화국) 지도부에 대한 종교님의 견해가 제게도 의외였던 것은 사실입니다. 한편으로는 종교님의 일부
견해가 본심이라기 보다는 토론활성화를 위한 逆문제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토론에 끼어들지 않은 이유는 공화국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다가 십자포화를 맞은 종교님이 불쌍해서가 아니라, 종교님의 ‘의외의 견立??
의미 있게 반박할 새로운 정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올려 놓고 모니터링 하면서 토론을 준비할 시간이 없는 것이 두 번째
이유입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아직 다음과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첫째, 공화국 내에 체제상의 문제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공화국 인민들의 자생적 노력과 합의에 의해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문제해결
주체’와 ‘중요도의 차별적 선택’에 관한 토마님의 지적은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사회주의 국가에서 독재라는 개념은 그 의미의 유래와 가치가 우리의 그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치의 다양성과
기회의 균등을 토대로 한 자유경쟁을 선호하는 ‘자유주의자’ 이지만 제 가치관을 잣대 삼아 공화국 일당체제의 정당성 여부를 평가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 식의 평가는 올바른 것도 아니고 상대를 설득시키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공화국 체제가 그 나름의 원칙과 규범을 벗어난 권력독점이나 인권유린 등의 부정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면 이런 문제들에 대한 가치판단과
변화노력 역시 우선적으로는 공화국 인민들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고 외부인들은 그들의 의사결정을 일단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저는 공화국의 핵무장이 미국 집권세력 강경그룹의 입지를 강화시킬 것이라는 정세판단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지금
對중국전략에서 매개변수가 아닌 독립상수가 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공화국의 입지변화로 인해 동북아 정책을 목차부터 다시 써야 하는 몹시 짜증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핵개발에 종사해온 과학자 명단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그들이 무슨 신통방통한 대책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지금까지 공화국 핵무장 방지와 체제전복을 근간으로 한 동북아 정책을 주도해 온 네오콘 강경그룹은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헤즈볼라에 치명상을 가하려다 오히려 지지기반만 확대시킨 지난 여름 레바논 침략전쟁에 이어 두 달 사이에 두
번이나 심각한 정책실패를 저지른 그들에게 무슨 큰 賞이 내려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들 중에 한나라당 김용갑이 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아마 당장
포토맥 강으로 달려나가 빠져 죽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공화당의 전통적 보수세력이 이민법과 윤리 이슈 등을 둘러싸고 네오콘과 심각한 권력투쟁을 벌여온 마당에 대외정책에서의 이들의 거듭된
실패를 두고 볼 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핵으로 입지가 강화될 그룹이 굳이 있다면 일본의 극우일 것입니다. 일본은 향후 이스라엘처럼 핵실험 없는 핵무장으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핵확산방지조약을 종이조각으로 만들 생각이 없다면 일본의 핵실험을 통한 공식적인 핵클럽가입은 몹시 부담스러운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핵실험을 거치든 안 거치든 일본의 핵무장은 미일동맹이 중국과의 대결구도에서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갈 수 밖에 없는 외길처럼
보입니다.
저는 종교님의 공화국 책임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공화국 지도부와 권력구조에 대한 비판시도는 신선하고 용기 있는 행동으로 봅니다. ‘당의
무오류 원칙’이나 ‘수령론’으로 무장한 ‘주사맹종주의자’들이 진보진영의 권력을 장악했던 1980 년대 가 아닌데도 이런 애정어린 비판이 어려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깡패 같은 미국에 의해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기만 해왔던 그들에 대한 동정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종교님, 하늘님,
토마님 그리고 어제신문님 토론 잘 읽었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