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님의 따뜻한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얻어맞을 요량으로 의도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저의 모호한 입장을 변명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한 발언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의 해괴한 논지를 까부순 여러분들을 만나서 눈물겹도록 감사합니다.
부시 정권의 매파적 정책에 대한 여론은 앞으로 계속 지켜 봐야 할 것같습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공, 파키스탄과의 결탁으로 야기된 후풍이 이 번 사건과 분리될 수는 없을 것같습니다.
다른 문제는 앞으로의 과제로 미루고 강현님의 다음과 같은 테제에 대해서 몇가지 저의 생각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이 글은 반론이 아니며, 그냥 글을 보면서 느낀 것을 적어 보았습니다.
강현님의 테제
“공화국 체제가 그 나름의 원칙과 규범을
벗어난 권력독점이나 인권유린 등의 부정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면 이런 문제들에 대한 가치판단과 변화노력 역시 우선적으로는 공화국 인민들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고 외부인들은 그들의 의사결정을 일단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체계 안의 북한 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강현님의 글을 보면서 제 머리에 처음 떠오르는 단어는
사회학자 이마누엘 월러스틴 (Immanuel Wallerstein)의 “세계체제분석” (world systems analysis)라는
말이었습니다. 제가 월러시틴을 잘 알지도 못하고, 그의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았는데 이 것을 떠올린 것은 아마도 그의 [Unthinking
Social Science]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가 읽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그의 이론을 잘 모릅니다. 아마 오독도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주장하는 것이 흥미는 있습니다 (주로 이 책의 제 20장 참조함).
그의 첫째 전제는 분석의 주제가 “자본주의 세계경제” (capitalist world-economy)가 아니라 세계체계 (world-systems)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체제는 자기 완결적인 조직이 없고 생성, 발전, 소멸이라는 역사적 체제라는 것입니다. 이 맥락에서 보자면, 북한이라는 사회는 자기 완결된 체제는 아닐 것입니다. 월러시틴의 방대한 아이디어를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현 김정일 정권은 역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발전된 산물 (products)입니다. 월러시틴은 이 세 요인을 다음과 같이 개념적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1) 경제적인 것 (the economic) =>the economic, or market
2) 정치적인 것
(political) => the polity, or state
3) 사회문화적인 것 (the socio-cultural) =>
the society, or culture
이 세 요인은 분석적인 차원에서 구분될 수 있지만, 서로 상호 연관되는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을 세계체제 분석으로 보면, 북한이라는 체제는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으로서 역사적 과정의 산물이라고 정리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이라는 나라는 완결된 자기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생성, 발전, 소멸이라는 역사적 과정 속에 있습니다.
* 조건: 우리가 피해야 할 것은 북한을 서구적 자본주의 (또는 미국식 자본주의, 또는 다른 잣대)로부터 일탈된 사회로 보는 편향적 시각입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는 세계체제의 일부이지, 현 체재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은—세계체제라는 틀에서 볼 때—자본주의가 주류를 이루는 세계체제에서 여전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입니다.
북조선이라는 나라가 아무리 역사적으로 특수한 환경 속에서 형성되었고, 또 그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북조선이라는 사회는 세계체제의 한 부분입니다. 북조선이라는 사회는 역사적으로 소련의 지원으로 형성된 사회주의 사회지만,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요인을 통해서 주체사상을 발전시킨 독특한 국가입니다. 이 사회가 영구히 유지되기 위한 어떠한 정통성 (orthodoxy)도 없습니다. 사회의 진정성 (authenticity)의 지속은 북조선 인민들이 주체가 되어 발전되는 것이지 고정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북조선 인민들의 주체적 발전은 그 자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사회와의 교류도 포함됩니다 (그것이 호혜적 관계 [reciprocal relationship]라면 이상적이겠지요). 현시점에서는 북조선의 붕괴와 급격한 자본주의에로의 편입을 막고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대의를 견지할 수 밖에 없을 것같군요.
써다 보니 두서가 없습니다. 교회갈 시간이 다가오는군요.
감사합니다.
☞ 강현 님께서 남기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