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머리 독수리
너는 돌아 서 마음을 닫았다.
하늘을 선회 비행한다.
위풍당당한 그림자 지상에 끌며
영원히 진화하는 제왕의 꿈을 머리에 쓰고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들이댄다.
너의 먹이는 땅과 하늘에 가득하다.
차마 대항하지 못한다.
살기등등한 그 눈빛에 대적할 수 없다.
감히 질질 끌려 온 두발 달린 짐승들은
네 앞에서 발가 벗겨진다.
황당하고 우쭐한 너희 만의 정의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린 채 강간 당한다.
너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
비대해져 기우뚱대는 날개 짓은
더 이상 웃음거리도 아니건만
첨단 폭력과 엽기로 모래폭풍을 일으키며
세계를 지배하려 들 것이다.
저마다 상처입은 영혼 들이
화상으로 일그러진 흉처럼
가슴에 하나씩 폭탄을 품고 다닐 때 까지,
그러다 어느날,
네가 한마리 새로 지상에 내려 앉으려 할 때
그제서야 비로서 깨달을런지 모른다.
스스로 일군 사막위로 참회의 눈물 떨구며
해 지는 하늘을 휘이적 맴 돌기만 하면서,
잠시 내려 앉을 자리는
이미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우리 들의 아름다운 별 어디에도
네가 안식할 한뼘 땅도 없다는 것을...
( 20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