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그리고 돼지
엄청나게 빗줄기가 내리 꽂히던 그때
배터지게 물먹어 살 불은 돼지
황토물,그 사나운 탁류에 쓸려 가던 그
우스꽝스런 울음 소리 기억해봐 !
지푸라기 하나도 붙잡지 못하고
급류에 휩쓸려 거진 실성한
그 돼지 멱 따던 소리를......
강물 불어 범람 하는데
터진 뚝방 넘어 잘 들 달아 나더만
따라 제 때 넘치지도 못하고
혼자 절박하게 버리적 대던 소리를......
쓰레기 더미에 떠 밀리며
뜻도 없이 토해 내던 그 욕지거리를......
허파 속의 마지막 공기 한방울을 들이 키면서
노아의 방주는 저 먼 바다에 떠 있다는데,
삐까번쩍하게 거기에 있다는데,
성난 강물 따라 바다로 떠내려 가면서도
그래도 폼나게 살아 내려 애원하던 절대절명을......
떠 올랐다 가라 앉기를 세번 하면 죽는 거 라던데
수십 번을 뽀글 뽀글 대면서도
쉬이 뒤지지도 못하고 소용돌이 치던
그 질겨서 비참하던 목숨이 끝내 소진하던 소리를......
(20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