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같은 마음이
더 이상 나무로 살 수 없음을...
이미 새겨진 깊은 상처 흐르는
골수같은 수액(樹液)의 흐느낌으로
이야기 하고있다
시작된 분해는 단발마의 비명으로
최후의 작업에 몰입하고,
애절한 기억 속 꿈같은 푸르름은
갈갈이 찢긴 마음조각이 되어
슬픔의 창으로 모자이크 된다
눈물로 메꾸어진 상처는 신음하며
차라리 해체를 갈구하는데,
나무같은 마음은 끈질긴 소망처럼
가슴에 성호 그으며 기도를 한다
머무르게 해달라고...
헌데, 세상은 그리할 수 없다 한다
부질없이 존재의 의미를 고집하기엔
이미 몸은 깨어져
조각난 마음조차 담을 수 없고
흩어진 잔해는 해체의 불길 속에
제각기 다른 빛깔로 유약발라 구워지는데,
삶의 기억 하나 뎅그러니 남았다 하여
사그러진 원형이 회복될 수 없다 한다
잃어버린 살점들을 허공으로 주워 모으며
망연자실한 그 마음은
이제는 어디에서 영혼이라는 이름으로나마
추억처럼 자신을 건질 수 있을까
그 모든 것 사라진
적막한 무덤같은 폐허 속에서
신음이 된 절규만 메아리로 떠돈다
* 이 지상에서 평화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모든 전쟁을 증오하며,
이역 땅에서 억울하게 슬픈 영혼이 된, 故 김선일씨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