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안내   종이신문보기   업소록   로그인 | 회원가입 | 아이디/비밀번호찾기
자유게시판
함께 걷기 위하여
작성자 안희선     게시물번호 -631 작성일 2004-06-28 20:47 조회수 1543
함께 걷기 위하여


기울어 가는 지평선을 뒤로 하고 마음 설레이는
바람처럼 사람들이 지나간다
길 위에 흔들리는 그림자들은 저마다의 잿빛 옷을 입고,
그 중의 몇몇은 짧은 하루의 강한 사슬에 묶여 허우적거린다
답답한 도시의 공기가 햇빛을 받아 스모그로 부풀고
잠에 취한 눈꺼풀마냥 깜박이는 계절의 모습이
확대되는 동공의 커다란 캔버스 위로 곤두박질 친다

이따금,
머리 위엔 열리는 창문이 있다
그것은 이미 떠나간 사람들의 우수(憂愁)로 가득해
덜컥이며 정적을 만들어가고,
누군가의 뺨 위를 스치는 눈물!
끝내 누구의 것인지 알지 못해 저 홀로 서성이는
외로움의 도로에는 검은 꽃이 까만 향기로 얼룩지고
떠들석한 도시의 자동차들은 기나 긴 부고(訃告)의 경적을 울린다

태양은 구름 뒤에 숨기 바쁘고 그렇게 또 다른 세계를 비추는 동안,
암전(暗轉)하는 거리 위에는 그래도 분주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고
누군가의 눈물을 따라 온 추억 하나가
아련히 기다리는 시간을 삶의 한가운데 풀어 놓는다
쌓인 고된 일거리 가운데 도시의 얼빠진 구석에서
흔들리던 바람이 잠시 멈추듯이

하지만, 눈물겨운 생존을 위해
허덕이며 살아가는 일밖엔 달리 할 일 없는 사람들은
아픈 영혼의 세상을 차라리 정겨워하고,
그래서 나는 또 다시 신열(身熱)에 휩싸이고,
죄 없던 거리를 전설로 회상한다
사뭇 불안한 짐이 저마다의 어깨 위에서 흠씬 눌러도,
내 곁을 지나는 사람들 중 몇은 나에게 반가운 인사도 하고
다정히 웃기도 한다

함께 걷는 이 거리 위에서 버릴 수 없는 습관처럼




0           0
 
다음글 비 내리는 날에 / 안희선
이전글 지렁이 때문에 지금 한국이 혼란스럽습니다. 도와주세요.
 
최근 인기기사
  캐나다 식료품, 주류, 식당 식..
  드라이브 쓰루, 경적 울렸다고 ..
  앞 트럭에서 떨어진 소파 의자 .. +1
  (CN 주말 단신) 앨버타 실업..
  (CN 주말 단신) 우체국 파업..
  “나는 피해자이지 범죄자가 아니..
  RCMP, 경찰 합동 작전, 수..
  연말연시 우편대란 결국 현실화 ..
  캐나다 우편대란 오나…우체국 노..
  주정부, 시골 지자체 RCMP ..
  현충일 캘거리 각지 추모행사 진..
  캘거리 트랜짓, 내년 수익 3,..
자유게시판 조회건수 Top 90
  캘거리에 X 미용실 사장 XXX 어..
  쿠바여행 가실 분만 보세요 (몇 가..
  [oo치킨] 에이 X발, 누가 캘거리에..
  이곳 캘거리에서 상처뿐이네요. ..
  한국방송보는 tvpad2 구입후기 입니..
추천건수 Top 30
  [답글][re] 취업비자를 받기위해 준비..
  "천안함은 격침됐다" 그런데......
  1980 년 대를 살고 있는 한국의..
  [답글][re] 토마님: 진화론은 "사실..
  [답글][re] 많은 관심에 감사드리며,..
반대건수 Top 30
  재외동포분들께서도 뮤지컬 '박정희..
  설문조사) 씨엔 드림 운영에..
  [답글][답글]악플을 즐기는 분들은 이..
  설문조사... 자유게시판 글에 추천..
  한국 청년 실업률 사상 최고치 9...
 
회사소개 | 광고 문의 | 독자투고/제보 | 서비스약관 | 고객센터 | 공지사항 | 연락처 | 회원탈퇴
ⓒ 2015 CNDre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