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 가는 지평선을 뒤로 하고 마음 설레이는
바람처럼 사람들이 지나간다
길 위에 흔들리는 그림자들은 저마다의 잿빛 옷을 입고,
그 중의 몇몇은 짧은 하루의 강한 사슬에 묶여 허우적거린다
답답한 도시의 공기가 햇빛을 받아 스모그로 부풀고
잠에 취한 눈꺼풀마냥 깜박이는 계절의 모습이
확대되는 동공의 커다란 캔버스 위로 곤두박질 친다
이따금,
머리 위엔 열리는 창문이 있다
그것은 이미 떠나간 사람들의 우수(憂愁)로 가득해
덜컥이며 정적을 만들어가고,
누군가의 뺨 위를 스치는 눈물!
끝내 누구의 것인지 알지 못해 저 홀로 서성이는
외로움의 도로에는 검은 꽃이 까만 향기로 얼룩지고
떠들석한 도시의 자동차들은 기나 긴 부고(訃告)의 경적을 울린다
태양은 구름 뒤에 숨기 바쁘고 그렇게 또 다른 세계를 비추는 동안,
암전(暗轉)하는 거리 위에는 그래도 분주히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고
누군가의 눈물을 따라 온 추억 하나가
아련히 기다리는 시간을 삶의 한가운데 풀어 놓는다
쌓인 고된 일거리 가운데 도시의 얼빠진 구석에서
흔들리던 바람이 잠시 멈추듯이
하지만, 눈물겨운 생존을 위해
허덕이며 살아가는 일밖엔 달리 할 일 없는 사람들은
아픈 영혼의 세상을 차라리 정겨워하고,
그래서 나는 또 다시 신열(身熱)에 휩싸이고,
죄 없던 거리를 전설로 회상한다
사뭇 불안한 짐이 저마다의 어깨 위에서 흠씬 눌러도,
내 곁을 지나는 사람들 중 몇은 나에게 반가운 인사도 하고
다정히 웃기도 한다
함께 걷는 이 거리 위에서 버릴 수 없는 습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