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잿빛 하늘이
거무스름한 구름을 빚어
폭풍을 몰고 온다.
이따금 빗물 머금은 천둥소리는
망각으로 아물은 사지(四肢)의 흐느낌을
차가운 형상의 내 두개골에 쪼아 넣어
눈물겨운 생존의 시간임을 일깨운다.
이제, 눈동자를 스치던 뇌우(雷雨)가
창백한 영혼이 숨어있던 언덕을 가로질러
건조했던 삶의 대지에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내면.
아, 고요한 벗...
너는 멀리 바라다 보이는
초록색 바위 위에서
생명의 빛을 무지개로 수 놓아
내가 끌고 가는 쇠사슬 소리를
그 하염없는 영혼의 소음(騷音)을
황홀한 너의 안식처에 깊이 묻어버릴 것이니,
정녕코 폭풍이 오는 이 시간만큼은
나의 준비된 초라한 무덤에
보드랍게 입맞추는
명백한 너의 숨죽임이어라.
아득히 걸어온 내 발자국 위에서
무성히 자라난 잡초들이 성급히 몸을 떤다.
다가오는 바람 소리에 어쩔 수 없는 경련으로,
* 고국에 태풍이 엄습한다던데.. 큰 피해가 없길 기원하며.